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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복간호/실천 복간 1호

[사실연 강좌] 노동자를 위한 회계Ⅰ

사회실천연구소 2021. 3. 31. 12:30

노동자를 위한 회계

 

한 형 성 | 사실연 회원

 

연재 순서

Ⅰ. 노동자에게 회계란 무엇인가?
Ⅱ. 자본주의 회계에서 기업의 주인은 누구이고 기업이 번 돈은
어떻게 나뉘나?
Ⅲ. 노동자도 알아야 할 자본가의 기업 사진 감상법 (1), (2), (3)
Ⅳ. 노동자도 알아야 할 자본가의 기업 동영상 감상법 (1), (2)
Ⅴ. 자본가의 몫은 어떻게 증가하나?
Ⅵ. 자본의 위기와 현금 물신주의
Ⅶ. 자본의 기업이익 극대화 전략 (1), (2)
Ⅷ. 자본가를 위한 회계와 노동자를 위한 회계

 

Ⅰ. 노동자에게 회계란 무엇인가?

 

여러분, ‘회계’하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그림이 뭘까요? 돈, 계산기, 아니면, 두툼한 서류뭉치들을 가지고 씨름하는 회계사일까요?

아마도 여러분 대부분이 생각하는 회계는 돈과 관련 있고, 계산기를 쓰고, 회계사라는 전문가가 주로 하는 따분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 같네요. 네, 거의 맞습니다. 자 그럼 노동자에게 회계란 무엇인가를 알아보기에 앞서서, 회계란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회계란 무엇인가?

 

회계란 무엇일까요? 회계가 한자어(漢字語)이고 한자는 뜻글자이니 회계의 뜻을 알면 회계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회계를 한자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會計 : 모을(이해할) 회, 셀 계

 

會는 ‘모으다’는 뜻과 함께 ‘이해하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計는 ‘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뭘 센다는 것일까요? 네. 여러분이 짐작한 것처럼 돈을 센다는 것입니다.

결국 회계를 뜻풀이하면, 다음과 같겠네요.

 

회계: 돈을 세고 모아서 이해하는 것

 

회계가 ‘돈을 세는 것’이라는 말은 알겠는데, ‘모아서 이해하는 것’이라는 것은 이해가 잘 안 된다고요? 그러실 것 같아 보기를 준비했습니다.

 

<표 1>은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년 도시노동자 4인 가구’의 가계수지 통계자료를 모아서 만든 표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4인 가구의 여러 가정에서 작성한 가계부(가정 회계장부)를 모아서 평균화한 자료라고 할 수 있죠. <표 1>을 보면 2016년 가구별 월 평균소득액은 563만 원이네요. 563만 원은 부부의 소득과 알바를 하는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자녀소득까지도 세어서 모은 금액입니다. 또한 월평균 지출액 439.3만 원은 교육비, 외식비, 식료품비, 교통비 등에 쓴 돈을 세어서 모은 금액입니다. 그리고 교육비 55.9만 원도 한 달 동안 지출한 자녀들의 사교육비, 급식비, 학습교재비들을 세어서 모은 금액입니다. 한 마디로 <표 1>은 번 돈과 쓴 돈을 세어서 모은 것입니다. 돈을 세어서 <표 1>과 같이 모아보니 한눈에 이해가 되시나요? 대한민국 도시노동자 4인 가구가 평균적으로 한 달에 얼마를 벌고 얼마를 어디에 지출했는지가 한 눈에 이해가 되시나요? 이해가 되셨다면 그것이 회계입니다. 즉, 회계란 돈을 세고 <표 1>과 같이 모아서 이해하는 것”입니다.

 

항 목 금 액 (원)
월 소득액 5,630,000
월 지출액 (4,393,000)
교육비 559,000
외식비와 여행비 456,000
식료품비 406,000
교통비 383,000
공과금(전기, 수도, 도시가스) 291,000
의류, 신발구입비 199,000
오락, 문화비 192,000
의료보건비 189,000
통신비 176,000
가정용품비 145,000
주류, 담배 37,000
기타 잡비 253,000
이자비용, 세금, 보험, 사회보험 1,107,000
흑자 1,237,000

<표 1> 2016년 도시노동자 4인 가구 월평균 가계수지

 

가정에서는 회계를 이용해서 만든 ‘가계부’를 매개로 하여 가정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부부가 함께 공유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경영자는 회계를 이용하여 만든 여러 <표>를 매개로 자본가에게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해서 보고합니다.

 

여기서 잠깐, 드라마 <미생> 7회에서 안영이(강소라)가 깐깐하기로 소문난 재무부장(황석정)과 면담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려는 데, 그때 재무부장이 안영이에게 한 말을 볼까요?

 

재무부장: 회계 공부는 따로 했나?
안영: 하고 있습니다.
재무부장: 그래, 빨리 배워 둬. 회계는 경영의 언어니깐.

 

이 대사 때문에 대형서점에서 회계기초입문서가 불티 나게 팔렸다는 ‘웃픈’ 이야기도 있지만, 기업회계가 ‘경영의 언어’인 것은 맞습니다. 기업회계는 경영자가 기업의 경영활동을 돈으로 세고(화폐액으로 나타내어) 모아서(일목요연하게 표를 만들어) 자본가에게 이해시키기(보고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경영자와 자본가가 기업의 경영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서로의 원활하기 의사소통을 하려면 회계라는 언어로 만든 <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회계는 경영의 언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죠.

 

(2) 이해를 해서 뭐에 쓸 건데?

 

여기까지 읽은 분은 이제 ‘회계가 돈을 세고 모아서 이해하는 것’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이해해서 뭐 할 건데?”라며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네요. 대답하기에 앞서 먼저 여러분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여러분은 <표 1>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셨나요? 내 가정의 월 소득과 2016년 도시노동자 4인 가구의 월 평균소득을 비교하지 않았나요? 여러분 가정의 월 소득이 563만 원보다 크면 내심 “평균 이상은 버는구나”하고 안심하셨나요? 여러분의 가정소득이 563만 원 보다 적어서 낙담하셨나요? 더 나아가 이렇게 생각하신 분도 있을 것 같네요. “우리 집 가정경제가 흑자를 내려면 월 소득이 한정된 조건에서는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겠어, 지출을 줄이려면 먼저 외식비, 여행비, 오락비, 문화비와 같은 꼭 필요하지 않은 항목부터 줄여나가야지”라고요. <표 1>을 보면서 생겨나는 안도, 분노, 실망, 절약의 결심은 <표 1>을 이해하지 못하면 나타날 수 없는 감정과 생각입니다. 그렇습니다. 이해한다는 것은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떼는 것입니다.

 

철학자들은 세계를 단지 다양하게 해석해 왔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마르크스가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에서 밝혔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에게 중요한 것은 이해나 해석이 아니라 실천이고 변화입니다. 그러나 실천과 변화를 위해서도 노동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경영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것이 노동자에게 자본주의 기업의 경영언어인 자본주의 회계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필요한 까닭입니다.

 

(3) 자본주의 회계에 대한 비판적 이해

 

평균의 함정

 

자본주의 회계를 이용하여 만든 ‘2016년 도시노동자 4인 가구의 월 평균 가계수지’인 <표 1>을 비판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한다는 것일까요? 먼저, 월평균 소득액 563만 원이 과연 대한민국 4인 가구의 소득을 대표하는 숫자인지를 생각해보죠. 혹시 여러분은 얀 펜(Jan Pen)의 ‘키 작은 사람의 행렬’에 대해서 아시나요?

<그림 1> 키 작은 사람의 행렬

 

<그림 1>을 보면 사람들이 60분 동안 행진하는데, 키 작은 사람의 행렬은 40분이 지나도 계속되다가 50분이 지나서야 보통 키의 사람이 나타나고, 행렬 막판에는 거인이 등장합니다. 행진 막판에 등장하는 거인 때문에 행렬에 참가하는 대다수의 사람은 키 작은 사람이지만, 50분에 등장하는 보통 키의 사람이 행렬에 참가한 사람의 평균 신장이 됩니다. 실제로는 행진 30분에 등장하는 사람(행진에 참가하는 사람을 키 순서로 한 줄로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이를 통계에서는 ‘중위수’라고 합니다)의 키는 아직 작은 데도 말입니다. 얀 펜이 그림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평균의 함정’입니다. 얀 펜은 이 그림을 통하여 자본주의 사회의 부가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으며, ‘평균’이라는 통계가 사회의 불평등한 소득구조의 문제를 가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표 2>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우리나라 4인 가구의 월 평균소득과 중위소득을 나타낸 표입니다.

 



2015년 2016년 2017년
월 평균소득 5,393,154 5,630,275 5,719,303
월 중위소득 4,222,533 4,391,434 4,467,380
평균소득과 중위소득 차이 1,170,621 1,238,841 1,251,923

<표 2> 도시노동자 4인 가구의 연도별 평균소득과 중위소득

 

<표 2>는 평균소득과 중위소득의 차이가 월 100만 원 보다 더 차이가 나며, 그 차이도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우리 사회의 소득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표 1>에서 2016년 4인 가구의 월 평균소득 563만 원 대신에 중위소득 439만 원을 가지고 가계수지를 계산하면 2016년 도시노동자 4인 가구의 절반이 가계 적자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동력의 가치, 임금

 

<표 1>에 대한 비판적 이해는 과연 2016년 도시노동자 4인 가구의 평균 소득액 563만 원이 노동자의 노동력을 재생산하기에 충분하냐에 의문을 던집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노동력의 가치인 임금은 노동자 자신과 노동자 가족을 재생산하기 위한 가치라고 했습니다.

 

노동력의 가치는 다른 모든 상품의 가치와 마찬가지로 이 특수한 상품의 생산과 재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에 의해 규정된다... 노동력의 생산이란 이 개인 자신의 재생산, 즉 그의 생활의 유지이다. 살아 있는 개인은 자기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양의 생활수단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노동력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결국 이 생활수단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으로 귀착된다. 다시 말해, 노동력의 가치는 노동력 소유자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활수단의 가치다... 생활수단의 총량은 노동하는 개인을 정상적인 생활상태로 유지하는 데 충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음식물·의복·난방·주택 등과 같은 그의 자연적 욕구는 한 나라의 기후나 기타 자연적 특성에 따라 다르다... 노동력의 생산에 필요한 생활수단의 총량에는 이러한 보충 인원, 다시 말해 노동자 자녀들의 생활수단이 포함되며, 그리하여 이 독특한 상품소유자 종족은 상품시장에서 영구히 존재하게 된다.

 

민주노총은 해마다 자본가와 임금협상을 하면서 노동자의 ‘표준생계비’라는 것을 가구원 수별로 계산합니다. <표 3>은 2016년 민주노총이 제시한 4인 가구(45세 가구주, 42세 배우자, 13세 중학생과 11세 초등학생 자녀)의 월 표준생계비를 <표 1>의 2016년 도시노동자 4인 가구 월평균 가계수지와 비교한 것입니다.

 

항 목 평균액 표준생계비 평균액 - 표준생계비
월 소득액 5,630,000 6,931,000 (1,301,000)
월 지출액 (4,393,000)



교육비 559,000 707,000 (148,000)
외식비와 여행비 456,000 1,265,000 (403,000)
식료품비 406,000
교통비 383,000 816,000 (257,000)
통신비 176,000
공과금(전기, 수도, 개스) 291,000 159,000 132,000
의류, 신발구입비 199,000 329,000 (130,000)
오락, 문화비 192,000 687,000 (495,000)
의료보건비 189,000 445,000 (256,000)
가정용품비 145,000 313,000 122,000
주류, 담배 37,000
기타 잡비 253,000
이자, 세금, 사회보험 등 1,107,000 2,211,000 (1,104,000)

<표 3> 2016년 도시노동자 4인 가구 월평균 가계수지와 민주노총 월 표준생계비 비교

 

<표 3>의 민주노총 계산에 따르면, 도시노동자 4인 가구가 자신과 가족의 노동력 재생산을 위하여 필요한 최저한의 소득금액은 월 693만 원이지만 평균소득은 563만 원으로 130만 원이 모자랍니다. 또한 지출항목을 살펴보면, 공과금과 가정용품비와 같은 일부 잡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출항목에서 4인 가구의 평균 생활 수준은 표준생계비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마디로 2016년 현재 대한민국 도시노동자 4인 가구의 대부분은 자신과 가족의 노동력 재생산에 필요한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가계부채와 에듀푸어

 

<표 1>의 지출내역에 대한 비판적 이해는 한국 가정의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고 있습니다. 먼저 이자 비용과 같은 지출이 전체 소득의 19.7%에 해당하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합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3월 현재 가구당 가계부채 평균액은 7,022만 원이었고, 가계부채가 있는 가구 가운데 원리금과 이자 상환이 생계에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가 67.8%, 대출기한 안에 가계부채 상환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응답한 가구는 5.3%였습니다. 한국 자본주의에서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이미 경고 차원을 훌쩍 뛰어넘어서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다다랐습니다. 2017년 말에 1,400조 원을 넘어섰으며, 2018년 현재 1,500조 원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1,500조 원이 워낙 천문학적 액수라 잘 실감이 안 나신다고요?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당 3,000만 원이고, 4인 가구의 경우 가계부채가 1억 2천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교육비는 또 어떤가요? <표 1>에서 우리나라 4인 가구는 월평균 559,000원의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고, 교육비 지출은 이자와 세금 다음으로 높은 지출 비중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의 초·중·고 자녀 1인당 사교육비는 5만 원으로 나타났지만, 월 소득이 700만 원이 넘는 가구의 교육비는 44만 3천 원으로 약 9배 차이가 난다고 밝혔습니다. 소득에 따른 학력의 양극화 때문에 ‘스카이’, ‘인서울’, ‘지잡대’와 같은 말들이 보통명사가 된 지 이미 오래입니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사람대접이 달라지는 사회에서 가진 돈도 없고 이렇다 할 집안 배경도 없는 대다수 한국 가정의 부모는 자신의 노년에 대한 대책도 준비할 여력이 없이 자녀의 교육에 ‘올인’하는 에듀푸어(edupoor)가 되었습니다.

 

자영업자의 몰락

 

<표 1>과 <표 2>에서 보는 것처럼, 2016년 중위소득(월 소득 439만원) 아래의 한국 가정 50%는 적자 가계입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가계부채와 높은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가뜩이나 쪼들리는 한국의 보통 가정에서는 가계 적자의 폭을 줄이려면 밖에 나가서 덜 사 먹고, 옷도 덜 입고, 여가와 문화생활도 줄여서 가정경제의 유지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정의 근검절약은 2018년 현재 552만 명에 이르는 자영업자 몰락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영업에서 가게 10곳이 개업했을 때 5년 뒤에 살아남는 가게는 2곳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자영업 5년 내 생존율 20%’라는 말은 상식이 된 지 오래입니다. <상가정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하반기 국내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2.5%로 창업률 2.1%를 앞섰으며, 특히 음식점의 폐업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영업자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만 더 짚어 보겠습니다. 요즘 이른바 자영업자의 몰락을 가장 극성스럽게 보도하는 것이 보수언론입니다. 보수언론은 자영업자의 몰락이 문재인 정부가 실시한 최저임금인상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조선비즈』가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 보도한 내용입니다.

 

국책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고용원이 1, 2명 정도였던 영세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전후로 고용원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반된 재료비 등 각종 비용 상승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2018.4.13.)

 

그러나 이 보도는 문제의 본질을 잘 못 집고 있습니다. 자영업이 몰락한 진짜 까닭은 첫째 한국 가정의 절반이 적자 가계가 되어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고, 둘째 장사가 좀 되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에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건물주가 이윤의 대부분을 독식하기 때문이고, 셋째 자영업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자영업자 사이의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가정에서는 집사는 데 빌린 돈의 이자 내고 자녀들의 사교육비 부담하느라고 적자 가계를 유지하고 있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 쓸 여윳돈이 없습니다. 그러니 가계의 소비위축 때문에 자영업 경기가 좋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장사가 좀 되는 프랜차이즈 자영업의 경우에는 본사와 건물주가 이윤의 대부분을 로얄티와 임대료 명목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손에 쥘 수 있는 이윤은 별로 없습니다. 다음 그림은 국내 4대 편의점 매출과 관련하여 국회에 제출된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토대로 만든 그림입니다.

<그림 2>  편의점 가맹점과 본사의 매출액 변화

 

(한겨레신문.2017.6.12)

 

<그림 2>에서 편의점 빅4의 본사 매출액은 2010년 6조 7,621억 원에서 2015년 14조 5,953억 원으로 115.8% 증가했지만, 가맹점주의 매출은 같은 기간 5억 650만 원에서 5억 8875만 원으로 16.2% 느는 데 그쳤습니다. 관련 기사에 따르면, 편의점주의 경우 하루 10시간 일하고 월평균 250만 원을 손에 쥐면 그나마 ‘중상층’이라고 합니다. 편의점 본사는 재벌기업이 운영하는데,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지분 31.81%를 가지고 있는 홍석조 회장(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외삼촌)은 올해 배당으로 126억 원을 받았고,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허연수 사장과 허승조 부회장은 각각 38억, 32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다고 합니다. ‘온갖 고생은 자영업자가 하고 돈은 자본가가 버는’ 이러한 구조는 편의점만이 아니라 치킨점, 빵집, 음식점 등 자영업의 모든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본가의 이윤 독식 구조는 모른 체 하면서, 최저임금인상 때문에 자영업자가 몰락한다는 보수언론의 주장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영업 몰락의 원인은 자영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내부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음식점의 경우, 농림축산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음식점 수가 약 66만 개로 10년 사이 24%가량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는 국민 78명당 음식점 1개꼴로 OECD 국가 중 인구당 음식점 비율이 최상위권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렇게 한국에서 음식점이 포화상태가 된 이유는 뭘까요? 그 이유는 기업의 인력구조조정으로 명퇴와 정리해고를 당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퇴직 이후의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상태에서 너도 나도 음식점 창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졸업 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과 경력단절의 여성들까지도 음식점 창업에 가세했고요. 즉, 기업의 회계적 이윤 논리에 입각한 인력구조조정, 청년의 실업 문제, 직장 성차별 문제 등이 자영업의 포화상태와 제 살 깎아먹기식의 경쟁을 낳고, 자영업자의 몰락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표 1>의 도시노동자 가계수지가 한국 자본주의의 실체에 대하여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은연중에 폭로하는지를 비판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표 1>에는 ‘평균의 함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함정’에 빠지지 않고 <표 1>을 비판적으로 보면, 거기에는 한국의 가정경제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표 1>을 통해서 노동자와 노동자 가족의 재생산에도 못 미치는 소득수준, 가계부채와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나타난 소득 양극화, 재벌의 이윤 추구와 그 과정에서 속수무책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자본주의 회계를 이용하여 만든 <표 1>을 통해서 우리가 얻은 비판적 이해입니다.

 

(4) 노동자에게 회계란 무엇인가?

 

앞에서 회계는 ‘돈을 세고 모아서 이해하는 것’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회계는 기업의 경영자가 자본가에게 기업의 경영활동을 <표>로 만들어 자본가에게 보고하는 ‘경영언어’라고 했습니다. 결국 회계라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의 이익에 봉사하는 언어라면, 이러한 회계를 노동자는 왜 알아야 할까요? 노동자는 자본가의 언어인 회계를 몰라도 될까요? 아니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노동자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자본주의 회계를 알아야 합니다.

 

첫째, 자본주의 회계는 자본가가 과거에 어떻게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이며, 이러한 잉여가치 착취의 기록에서 노동자는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경영자는 자본주의 회계를 이용한 여러 가지 기록물, 즉 <표>를 만듭니다. 이 기록물에는 노동자로부터 잉여가치를 뽑아내기 위한 자본의 준비상태가 어떠했고, 노동과정에서 노동자의 잉여가치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뽑아냈으며,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가 자본축적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를 화폐액으로 측정해서 낱낱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자본의 운동은 가격 결정이나 상품가격의 계산도 포함하는 부기에 의하여 기록되고 통제된다”고 했습니다. 즉, 회계가 노동자 잉여가치 생산과정과 실현과정 그리고 자본축적에 기여하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라는 것입니다. 노동자 자신이 자본가에게 어떻게 착취되었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자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노동자가 자본주의 회계를 알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둘째, 노동자가 자본가와의 계급투쟁에서 승리하려면 자본가의 언어인 자본주의 회계를 알아야 합니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이 있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노동자가 자본주의 회계를 알면 과거에 자본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를 가져갔는지를 알 수 있으며, 앞으로 자본가가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어떤 노동 통제전략을 사용할지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림 3>은 쌍용차 정리해고가 ‘자본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회계 조작’을 통하여 이루어졌다는 의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쌍용차 경영자가 회계적 손실을 일부러 부풀려 쌍용차 법정관리와 노동자 정리해고의 근거로 삼았으며, 이를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이 정당화했다는 것입니다..

<그림 3>   (한겨레 그림판, 2014년 2월 9일)

 

쌍용차 사례는 노동자가 자본주의 회계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잘 모른다면 자본주의 회계는 전문가의 수사로 포장되어 노동자 탄압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노동자가 자본주의 회계를 알아야 할 두 번째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가 회계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자본의 착취를 종식하고 노동자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만들어갈 새 사회에서는 자본가 회계와 구별되는 노동자 회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칼 폴라니는 자본주의 회계, 전시경제 회계와는 사회주의 회계의 필요성을 제시하였습니다. 좀 길지만 칼 폴라니의 『사회주의 회계』(1922)에서 인용하겠습니다.

 

회계는 경제에 대한 수량적 조망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이윤을 중심으로 회전하며, 자본주의적 계산은 이윤을 지향한다. 자본주의 회계는 자본주의 경제에 조망을 제공하며 이것으로부터 자본 요소들이 이윤과 맺는 관계를 알 수 있게 된다. 전시 경제는 군사적 목적에 따라 그 달성 수단이 될 화폐지출과 물자 지출을 제약한다. 이 조망은 자기 자신의 목적에 대한 특수한 수량적 표현이다. 통제 가능성, 분배 규정, 비용 및 비용 절감은 이러한 조망으로부터 발생한다... 관련 경제의 실질적인 목표와 목적이 무엇인지가 요소들 간의 수량적 관계에 대한 질문들을 발생시킨다. 또한 이 경제의 목적과 목표는 회계의 특수한 성격을 명료하게 유지하게 만든다.

 

칼 폴라니가 지적했듯이 자본주의 회계는 자본가의 이윤을 증식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계입니다. 새 사회를 만들어 갈 노동자는 자본가의 이윤 증식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본주의 회계를 그냥 가져다가 쓸 수 없으며, 새 사회의 목적과 사회적 가치관에 따른 새로운 노동자 회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노동자 회계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며, 자본주의 회계에 대한 비판적 지양을 통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노동자가 자본주의 회계를 알아야 할 마지막 이유는 자본주의와 자본주의 회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서 새 사회의 노동자 회계를 만들 주체가 노동자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5) 연재 첫 회를 마치면서

 

혹시 <김과장>이라는 드라마를 보셨나요? 돈에 대해서 천부적인 촉을 가진 ‘삥땅 전문 김과장(남궁민)’이 더 큰 한탕을 위해서 TQ그룹의 경리과에 입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TQ그룹의 반(反)노동자적 불합리와 회계 부정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었죠. 드라마에서 누가 김과장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과장님은 왜 경리회계를 시작했어요?” 김과장의 대답입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해서? 그게 이유예요. 거짓말을 하는 건 숫자가 아니라 숫자를 다루는 사람들이거든. 적어도 내가 거짓말을 안 하면 회계 경리만큼 깔끔한 직업이 없어요. 그렇게 살고 싶은데, 살아야 되는 데 그렇게 살기 쉽지가 않네요.

 

노동자는 왜 회계를 알아야 할까요?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진사는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보여주는 거짓말쟁이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회계에서 나타나는 숫자들을 다루는 사람의 계급적 의도를 알기 위해서 노동자도 자본가의 회계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럼, 다음 호에서 뵙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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