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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뉴스]‘진짜 공산주의자’ 오세철 교수가 본 문재인·노무현 ‘공산주의자 논란’

사회실천연구소 2015. 10. 10. 16:18

오세철 교수님 인터뷰입니다

출처: http://h2.khan.co.kr/201510081555171

 

 

[기타뉴스]‘진짜 공산주의자’ 오세철 교수가 본 문재인·노무현 ‘공산주의자 논란’

 

공안검사 출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극우 매카시즘’ 발언이 연일 논란입니다.

고영주 이사장은 지난 2일과 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대표는 공산주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라고 말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을 두곤 “전향한 공산주의자”라고 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표 사상이 어떤지 알고 찍었으면, 그 사람도 이적행위자냐’는 질의에는 “알면서 찍었으면 거기 동조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고영주 이사장에게서 “공산주의자” 낙인이 찍힌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사자들은 “명예훼손”이라며 반발하지만, 자신을 “공산주의자”로 불러주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평생 ‘공산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로 자처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72)가 그 중 한 명입니다. 문득 ‘진짜 공산주의자’는 이번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가 궁금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6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고 이사장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하고 사법부가 좌경화 되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이날 최민희 의원의 질의에 고 이사장은 “사법부에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등 야당 의원들은 고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강윤중 기자

오세철 교수는 “나같은 사람한테 ‘공산주의자’라고 불러야지”라며 너털웃음부터 터뜨렸습니다. 오 교수는 “고영주 이사장은 공산주의 개념을 전혀 모르면서 이 단어를 사용한다. 극우보수가 아닌 모든 사람들을 공산주의로 몰아간다”고 했습니다.

‘공산주의자’는 무엇일까요? “프롤레타리아면서 투쟁과 혁명으로 자본주의를 넘어선 사회를 건설하려는 사람들만 공산주의자라고 불러야죠.”

오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생산수단을 소유한 ‘부르주아’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은 ‘프롤레타리아’로 구분되는데, 부르주아는 그 속성상 사회의 안정과 영속을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3월1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당시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철 교수에게 문재인 대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산주의자’와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 오 교수는 이 두 사람을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개혁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으로 규정합니다. 자본주의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넘어서려는 공산주의자는 아닌 거죠. ‘자유주의자’ 정도로 부를 수 있다고 오 교수는 말합니다. 오 교수 이야기 맥락에선 한국의 이른바 보수 세력이 내세우는 ‘자유주의(자)’도 가려 봐야 합니다. 분단 이후 보수 세력이 말하는 자유주의는 냉전 반공주의로 의미가 변질돼 권위주의 내지는 군부독재의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이죠.

고영주 이사장은 왜 자본주의 체제를 긍정하며 개혁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에게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을 찍을까요? 오 교수는 분단 상황을 이유로 듭니다. “북한과의 대치 상황 때문에 통일이나 평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가는 거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북한 역시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겁니다.” 오 교수는 북한 독재 체제와 주사파를 오래 비판한 인물입니다.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 대표가 ‘공산주의자’인 근거로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연합사 해체, 연방제 통일 지지” 등을 듭니다. 오 교수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사상의 자유를 쟁취하려는 것으로, 자유주의자도 주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5월 경향신문과 인터뷰 중인 오세철 명예교수. |김종목 기자

오세철 교수는 “(혁명과 대비되는 의미에서) 사회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개혁해 나가려는 자유주의자들까지 북한과 동일시해 사람들의 ‘레드 컴플렉스’를 자극해 과거로 회귀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런 문제에는 극우가 아닌 모든 ‘넓은 의미의 진보 진영’이 연대해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름을 바로잡는 ‘정명’(正名)도 이야기합니다. “이런 논란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공산주의, 자유주의 같은 이념 언어도 정리해야 합니다. 평화통일을 바라는 민족주의자나 점진적 자본주의 개혁을 추구하는 자유주의자를 공산주의자, 좌파로 묶어 매도하는 일은 없어야겠죠. 자유주의를 내세우는 극우나 수구 세력에게도 그에 걸맞은 이름을 불러줘야죠.”

▲오세철 교수는

1967년 모교인 연세대에서 시간강사 생활을 시작해 3년 뒤 경영학과 전임교수가 됐다. 재작년 12월 마지막 강의를 끝으로 대학 강단을 떠났다. 1977년 경영학과 제자 3명이 학교 대강당 유리창을 깨고 ‘유신 철폐’를 외치다가 경찰에 끌려간 사건과 1987년 경영학과 제자 이한열의 죽음이 그를 변모케 했다. 198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그는 2000년대 용산·쌍용차·한진중·재능교육의 투쟁 현장에 함께했다. 2008년 자신이 주도해 만든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체포돼 지난해 8월 유죄가 사실상 확정됐다. 당시 대법원이 북한 등 반국가단체와의 연계성이 없더라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문에 처음으로 명시해 논란이 됐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