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실천연구소

월마트 조직화: 갈림길에 선 중국의 노동조합 본문

실천지 (2008년)/2008년 1월호

월마트 조직화: 갈림길에 선 중국의 노동조합

사회실천연구소 2014. 12. 15. 14:48

월마트 조직화: 갈림길에 선 중국의 노동조합

 

Anita Chan1 / 200698

 

 

놀랍구나, 놀라워. 전 세계를 통틀어 쓸모없는노동조합으로 악명 높은 중화전국총공회가 월마트를 상대로 4주 만에 중국 내 22개 대형매장에 노동조합 현장 지부를 설립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건은 중국의 미디어, 미국의 모든 주요 신문들, 그리고 중국노동자통신의 주목을 끌었다. 중국노동자통신은 홍콩에 기반한 노동관련 NGO인데, 1989년 천안문 광장 운동이 벌어졌던 몇 주 동안 <베이징의 자주적인 노동자 연합>의 노동자 지도자로 활약했던 한동팡이 이끌고 있다. 나는 노동조합의 이번 행위가 갖는 중요성과 중국노동자통신의 기사에 대해 논평해 달라는 부탁을 <Japan Focus>로부터 받았다.


중국노동자통신의 관점을 둘러싼 맥락을 먼저 설명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다른 많은 이들과 함께, 한동팡은 수감되었다가 강력한 국제 캠페인의 결과로 미국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마침내 10여 년 전에 홍콩에서 중국노동자통신을 설립하였는데, 중국에서 유일한 자주적 노동조합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한동팡은 해마다 국제노동기구(ILO) 대회에 참석하려고 제네바에 간다. 그곳에서 그리고 다른 곳에서 그는 총공회를 공산당의 수족이라고 단언하고, 그 무기력, 독점적 지위, 중국 노동자 운동에 대한 억압을 공격하며, 국제 노동조합 운동에게 총공회를 고립시키라고 요구한다.

냉전이 끝났고 중국 정부와 만나는 것이 더는 자유세계에 쟁점이 아니지만, 국제 노동조합 진영에서는 총공회와의 어떤 접촉도 큰 쟁점으로 남아 있다. 국제 노동조합들은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중국노동자통신을 지지하며 총공회 인정을 거부하는 진영이고, 다른 하나는 총공회와 기꺼이 만나려 하고 그런 만남이 총공회를 차츰 변화시켜 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희망하는 진영이다. 중국에서 월마트를 둘러싼 노동조합 상황에 대한 중국노동자통신의 기사를 우리는 이러한 맥락을 감안하면서 읽어야 할 것이다.

 

망명 상태에서 중국의 자주적인 노동조합이라는 깃발을 높이 치켜든 중국노동자통신의 늘 바뀌지 않는 입장은 총공회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총공회가 월마트 내에 노동조합을 설립한 시도를 다룬 중국노동자통신의 기사에 내포되어 있는 메시지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월마트 노동조합 사건으로부터 발생하는 긍정성이 전혀 없다는 말인가? 총공회는 결코 바뀌지 않는 공룡이란 말인가? 총공회 내부에서 변화를 추진하면서 개혁파들이 등장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여러 중국 신문들에 나온 서른 개 가량의 기사들을 종합하고 분석한 뒤에, 나는 벌어진 사건에 관해 중국노동자통신의 기사에 담겨 있는 것보다는 훨씬 더 광범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시야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 기사들 가운데에는 총공회에 더 동조하는 것도 있고, 회의적인 것도 있으며, 자본에 우호적인 그래서 월마트에 우호적인 것도 있다.

중국의 신문기사들을 볼 때, 총공회가 월마트를 상대하면서 1950년대 초반 이후 시도하지 않았던 것, 즉 풀뿌리 노동조합 조직화를 하려고 시도하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처음의 소수 노동조합 지부들이 어떻게 그토록 짧은 시간 동안 형성되게 되었는가는 이 새로운 현상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중국 언론들이 다루고 있는 흥미로운 세부 사실들은 총공회 또는 적어도 몇몇 지역 노조들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멀리 진행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우리는 기다리면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오늘날 중국 언론은 더는 완전한 국가 통제 아래 놓여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문들은 그들이 뉴스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이야기들을 자발적으로 다룬다. 사실을 파헤치는 기사쓰기가 급속도로 개선되어 왔다. 3년 넘게 언론은 총공회와 월마트 사이에 벌어진 다툼을 밀착 추적하여 여론을 만들어 왔다. 적어도 몇몇 기자들은, 왜 우리 중국인들이 중국에 와서 권력을 휘두르며 중국의 법을 드러내놓고 무시하는 이 거대 기업에 굴복해야 하는가라는 논조를 취해 왔다.

 

 

위로부터 노동조합을 세우기

 

월마트는 전 세계에서 그런 것처럼 중국에서도 반()노조 전술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점에서 계산을 잘못했다. 중국에서 주요 경쟁자인 유럽의 거대 소매상 까르푸처럼, 만일 월마트가 자신의 대형매장에 총공회가 노동조합 지부를 설립하도록 환영하였다면, 그러한 노동조합 지부들은 경영진에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외국자본 기업에서 총공회가 노동조합 지부를 설립한 다른 많은 작업장에서처럼 과정은 비슷하게 위에서 아래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지역 차원의 노조는 노동조합 지부를 설립하는 데 경영진의 동의와 협력을 추구했을 것이다. 일단 협약이 체결되면, 노동조합 선거 없이 중간급 중국인 관리자가 노동조합 지부장으로 일하게 하자고 경영진과 지역 노조가 함께 결정했을 것이다. 사후에 새로운 노동조합 지부가 결성되었다고 노동자들에게 알려졌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는 전혀 알려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광동 지방에서, 그러한 노동조합 지부장은 때때로 중국 측 공장 지배인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 또는 그녀의 실제 지위는 통상 회사의 중간관리자급 피고용자일 뿐이다. 이것은 그 또는 그녀가 아무런 권한이 없으며 경영진으로부터 전혀 독립적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나마 국유기업의 노동조합은 가끔 재미있는 행사들을 열고, 주요 명절에는 전체 노동자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아프고 다친 노동자들을 찾아가기도 하는 등 때때로 노동자들이 고맙게 여기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이들 노동조합은 국유기업에서 이루어지는 전통적인 복지 기능조차 수행하지 않는다. 우리가 노동조합 하면 떠올리는 집단교섭이나 그 밖의 집단행동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 이른바 노동조합 지부들이 해가 되지 않는데도, 많은 외국 투자자들은 여전히 그들의 공장 안에 노동조합 지부가 존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나의 좋은 이유는 법에 따르면 경영진이 노동조합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총 급여의 2%를 노동조합 지부에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금액의 일부는 노동조합 상층에게 가고, 일부는 노동자들을 위해 뛰고 있는 활동가들을 위해 사용된다. 다른 이유는 노동조합이 얼마나 종속적이든 상관없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대표자를 갖게 될 가능성을 전혀 주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10년 넘게 총공회의 상층이 외국인 소유 기업에 노동조합 지부를 만들라고 해마다 할당량을 내려 보내도, 기업이 협력을 거부하면 지역 노동조합은 적극적으로 나서지를 않았다. 지방 정부의 영향력 아래서 지역 노조는 외국인 투자자를 겁주어 쫓아버리기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총공회는 국유기업의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전국적인 조합원 수가 감소하는 것을 지켜보아 왔다. 중국이 거대한 노동착취공장이 되었다는 이미지 또한 노동조합 지도자들을 괴롭혀 왔다. 1999년부터 총공회는 외국인 소유 기업들에서 조합원을 늘려 나가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대략 3년 전에 총공회는 특별 대상으로 월마트를 지목했다. 만일 월마트가 노동조합을 인정하게 된다면, 노동조합 수용을 거부하는 중국 내 다른 외국계 회사들도 월마트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크고 가장 세간의 관심을 끄는 회사를 목표로 잡으면서, 총공회는 세계적인 반()월마트 운동을 흉내 내고 있었다.


총공회가 자신의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월마트가 국제적인 수준에서 늘 그런 것처럼 거부했을 때, 총공회는 일련의 전례 없는 행동들을 취했다. 처음에 총공회는 노동조합을 금지함으로써 중국의 노동조합법을 위반하는 외국계 회사는 법정으로 끌고 가겠다고 공공연히 위협했다. 하지만 월마트가 솜씨 좋게 되받아쳤다. 법에 따르면 노동조합 가입은 자발적이어야 하며, 가입 문제는 노동자들에게 달린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월마트는 어떤 법도 위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총공회는 풀뿌리 조직화를 해 본 적이 전혀 없었다. 경영진들에게 승인을 요청하는 대신 노동자들 사이에 가서 노동조합을 결성해야 한다고 선동하는 것은 총공회 노동조합 관료들에게는 생소한 일이었다. 총공회는 그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오랜 시기 동안 총공회는 노동조합 지부가 위로부터 아래로 도입될 수 있게끔 경영진이 협력하는 것을 추구해 왔을 뿐이다. 보기를 들어, 난징의 지역 노조가 월마트 대형매장에 2년 동안 스물여섯 번이나 찾아갔지만, 한 번도 매장 경영진과 만날 수 없었다. 이처럼 치욕적인 경험이 다른 도시들에 있는 월마트 매장에서도 수없이 되풀이 되었다.

 

 

아래로부터 위로 월마트를 조직하기

 

마침내 총공회는 작업장 노조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월마트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하겠다고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 그리고 이것을 이루려면 풀뿌리 조직화 기법에 의거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서는 정상적인노동조합들이 폭넓게 사용하고 있지만, 총공회는 이에 관해 아무 경험이 없었다. 미국과 같은 다른 나라들에서 적대적인 경영진을 상대해야 하는 노동조합들이 때때로 그러는 것처럼, 조직화 시도들은 월마트 경영진으로부터 비밀이 유지되어야만 할 것이었다.

최근 중국 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지역 노조 관료들은 월마트 노동자들의 의식을 높이려고 노력했는데, 이를 위해 퇴근 후에 월마트 매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들에게 접근하고 적당히 읽을 만한 인쇄물을 주었다. 또한 노동조합 지부의 이로움을 그들에게 확신시키려고 노력했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지부 설립을 위해서는 적어도 25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필요한 숫자를 확보한 푸젠성 지구 노조는 729일 자기 지역의 월마트 대형매장에 노동조합 지부를 설립했다고 선언함으로써 월마트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의 지역 신문들에 따르면, 1주일 이내에 앞 다투어 설립이 발표된 첫 다섯 개의 지부가 모두 이러한 풀뿌리 조직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총공회와 월마트 임원이 전국의 월마트 매장에서 노동조합 대표성을 인정하는 각서에 서명한 816일 이전에 설립된 모든 지부들 또한 마찬가지로 풀뿌리 조직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729일 푸젠성(福建省) 취안저우(泉州)시에 있는 진장(晋江) 월마트 매장에서 첫 번째 월마트 지부가 어떻게 설립되었는지에 관한 세부 사항을 여러 중국 신문들이 보도했다. 커윈룽이라는 육류포장 부서에서 일하는 스물아홉 살 된 노동자가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자신들이 다니는 월마트 매장에서 노동조합 지부를 설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노조 설립 과정에 대해 알아보려고 지역 노조를 찾아갔다. 지역 노조가 만든 특별위원회와 커 사이에 비밀스런 소통이 이루어졌다. 지역 노조의 지도 아래, 커와 그의 활동가 동료들은 다른 노동자들이 운동에 결합하도록 설득했다. 노동조합 예비위원회가 728일 저녁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진장지구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모임에서 결성되었다. 이들 활동가들은 한밤중에 모임을 가져야만 했는데, 야간조와 주간조 노동자들이 함께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시간에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설립식을 치른 것은 총공회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모임에서 7명의 집행위원이 선출되었으며, 커가 노동조합 지부장이 되었다. 헌신을 진지하게 다짐하면서, 30명의 조합원들은 가입원서에 지장을 찍었다. 마치 지난날 중국의 비밀 결사체들이 하던 결의 의식 같았다. 오전 630분 그들은 노동조합 지부의 결성을 선언하고, “중국 특색의 노동조합 운동을 단호하게 발전시켜 나가자!”고 쓰인 깃발 아래서 인터내셔널가를 불렀다. 감동에 북받쳐서 커가 개회사를 했다. “역사적인 시대 이래로 모든 젊은이들은 포부를 갖고 있다. 월마트 매장에서 처음 만들어진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뜻 깊은 위업이다. 그것은 우리가 영원히 간직하게 될 소중한 기억이다.”

총공회는 나중에 그 설립식이 중국 노동자 운동 역사에서 역사적인 돌파였다고 선언했으며, 또 다른 노동조합 지부들의 결성이 앞 다투어 발표되었다. 진장에 바로 뒤이어 설립된 세 지부들의 결성식 또한 비슷하게 한밤중에 비밀리에 이루어졌으며, 다음날 월마트에 전격적으로 통보되었다. 다른 곳에서도 노동조합 설립 발표가 신속하게 이루어진 것은 첫 노동조합 설립이 발표되기 전에 이미 총공회가 그 문제를 전국적인 기획으로 다루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자신의 매장에 노동조합 지부가 설립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월마트는 반()노조 활동을 최대한으로 펼치고 나섰다. 중국 신문 기자들에 따르면, 월마트는 큰 집회를 열고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계약이 갱신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월마트는 노동조합에게 급여의 2%에 해당하는 노동조합비를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월마트는 총공회가 노동자들에게 뇌물을 주어 노조에 가입시켰다고 고소함으로써 그 평판을 떨어뜨리려고 시도했다. 월마트는 또한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중국 노동조합법을 위반했다고 고소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월마트는 180도 전환해서 화해를 제안했다. 월마트는 조화를 이루기 위해 협력하자며 총공회를 끌어안기 위해 노력했다. 월마트의 권역 최고 경영진들이 취안저우의 지역 노조 사무실을 찾아가서, 취안저우 일반노조 부의장 푸푸롱과 만났다. 푸는 진장 노동조합 지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감독해 오고 있었다. 푸가 기자들에게 말한 바에 따르면, 그 만남은 진심에서 우러나는 것이었으나 여전히 의견차이가 있었다.

푸는 새로운 노동조합 지부들이 아무 것도 성취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래서 그는 이제 가장 긴급한 과제는 새로운 노동조합들을 강화하고 보호하는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지부들의 취약함을 걱정하고 있다고 그가 표현하는 데에는 충분히 이유가 있었다. 중국 신문 기사들은 총공회 또는 지역 노조 관료들 가운데 누군가가 노동자들의 조건 또는 임금을 개선시킬 집단교섭이나 다른 어떤 수단을 언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가 없었다. 대신 관료들이 인용될 때는 협력”, “경영진과 함께 일하기”, “대결 반대”, “서로가 좋은 상황같은 문구들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총공회는 또한 중국적 특색을 가진 노동조합이라는 입장을 여전히 갖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것이지만 동시에 경영진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되풀이하여 약속하고 있다. “조화라는 표현은 오늘날 사회적 불안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중국 정부의 [‘조화 사회 건설이라는 -옮긴이] 슬로건을 바보처럼 흉내 낸 것이다.

 

 

협약에 이르기까지

 

816일 중국에 있는 월마트의 최고 경영진들이 광저우에서 총공회 간부들과 만나서 5가지 항목의 각서에 서명했다. 각서를 보면 전반적으로 총공회가 승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산하 매장에서 새로운 노동조합 지부의 설립을 추진할 예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함으로써 월마트가 유리한 입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각 예비위원회는 경영진, 지구 노동조합 관료, 노동자들로 구성되는데, 경영진을 대표하는 자는 중간 관리자로 제한하고 그 수가 전체 위원의 20% 이하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예비위원회의 구성은 노동조합 지부의 궁극적인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총공회는 자신이 상황을 계속해서 통제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복수 후보 선거를 통해 노동조합 위원회를 구성하고 노동조합 지부장과 부지부장을 선출할 것이다. 최고 수준의 경영자들과 그 관련자들은 조합원 자격을 갖지 못할 것이다. 노동조합의 직책자들은 관련 노동법과 노동자들의 노동권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집단교육을 시키고 새로운 조합원을 끌어들이는 것이 허용될 것이다.

하지만 각서의 마지막 항은 모호해 보인다. “월마트 노동조합 지부는 경영진의 경영권 행사를 법에 따라 지원할 것이며, 노동자들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도록 결집하고 조직할 것이다. 또한 기업이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경영진과 동등한 기초 위에서 협력할 것이다.”

이러한 문구는 총공회가 양보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경영권 행사에 있어서 법에 따른다는 것이나 동등한 책임과 권한의 공유를 강조한 것은 실제로 노동조합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합의는 지역 노조들이 월마트에 대적할 수 있을 만큼 진지하고 강할 때에만 노동자들에게 이롭게 작용할 것이다. 만일 과거의 경험을 놓고 판단한다면, 지구 노조들은 결단력을 갖지 않을 것이고 월마트 노동조합 지부들은 월마트의 반노조 정책에 맞설 만큼 강한 힘을 갖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가 이미 보았듯이, 과거에 많은 지구 노조들은 수동적인 자세를 유지하도록 지역 정부로부터 강요받아 왔다.

만일 노동자들이 다가오는 선거를 그들의 이해관계를 진정으로 대변할 대표자들을 선출하는 데 이용한다면 최선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노동조합이 처음 시작하면서 갖는 풀뿌리 성격은 그러한 사태전개를 희망할 일정한 근거를 제공한다.

각서가 서명된 순간 전국의 월마트 매장에서 솟아오른 노동조합 지부들은 처음 경우와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설립된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확신을 갖도록 손을 뻗을 필요가 더 이상 없었으며, 가입원서에 앞장서 서명하도록 설득할 필요도 없었다. 대신 노동조합 설립식이 이제 지역 노조 사무실이 아니라 월마트 매장 안에서 열렸으며, 심야근무 이후가 아니라 근무 시간 중에 열렸다. 몇몇 매장에서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2백 명 이상의 서명자가 확보되었으며, 새로 생긴 어느 지부는 이미 전체 노동자의 70%를 조직하고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그들은 모두 민주적인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 대한 자세한 보도가 전혀 없기 때문에, 아래로부터의 주도성이 어떤 형태로든 포함되었는지, 후보들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후보들을 총공회가 지명했는지, 만일 그렇다면 어떤 기준에 입각한 것이었는지, 또는 월마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거 과정을 조종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 이내에 30여개의 월마트 노동조합 지부가 설립될 것이다. 노동조합이 형식주의적으로 위로부터 설립된다면, 월마트가 노동조합을 지배하고 조종하게 될 실질적인 가능성이 있다. 지역 노조들이 쓸모 있는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육성할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는가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지역 정부들로부터의 후원 또한 결정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갈림길에 선 중화전국총공회

 

월마트와 서명한 각서는 이제부터 외국자본 기업들에 노동조합 지부들을 설립하는 데 있어 총공회의 모범답안으로 기능할 것이라 예상된다. 총공회 전국 지도부가 할당량을 채우라고 압력을 넣는 가운데, 지구 노조들은 노동조합 지부들을 설립하는 데 있어 기존의 위로부터 아래로 가는 관료적 방식으로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보기를 들어, 상하이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은 올해(2006) 말까지 60%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내년(2007)에는 8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저장성(浙江省)은 이제 조합원이 전체 노동력의 70%라고 주장하며, 올해 말까지 80%에 이를 계획이다. 하지만 이것은 실현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저장성은 이제 3천 개의 대만자본 공장들을 갖고 있는데, 이들의 2/3에는 노동조합이 전혀 없다.

위에서 아래로 가는 방식조차 이제 시간이 걸릴 것인데, 특히 이제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다. 게다가 많은 외국자본 기업들은 오랫동안 그래 왔듯이 노동조합 설립을 계속해서 거부할 것이다. 저항에 맞부딪쳤을 때, 지역 노조들은 푸젠에서처럼 비밀스러운 풀뿌리 조직화 방식에 의거할 것인가? 이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

 

월마트와 각서를 체결했던 816일 총공회 웹사이트에 뜬 사설 월마트는 어떻게 태도를 바꾸게 되었는가에는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는 입장이 들어 있다. 사설은 풀뿌리 조직화 경험이 일부 노동조합 지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설은 자신감에 가득차서 중국의 노동조합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 논조를 알 수 있도록 길게 인용해 본다.

 

이 노동조합들을 설립하는 동안 오르막과 내리막을 여러 번 마주쳤다. 그것은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새로운 국면을 확실하게 열어젖힐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 거대한 돌파이다!

이 월마트 노동조합 지부들이 탄생하는 데서 긍정적인 결정적 요소들은 노동자들의 열망이었고, 덧붙여 그것을 합법적으로 수용한 것이었다. 상급 노동조합들이 제공한 지도와 조력은 긍정적인 사태전개를 촉진했다. 그것은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있어 경영진들에게 지지하라고 설득하는 것에 의존했던 우리의 기존 방식으로부터 거대한 전환이었다.

이제 우리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의식을 선전하고 고무하고 육성하며 강화하는 것, 노동조합에 가입하려는 노동자들의 열망을 불러일으키고 결집시키는 것으로 전환한다. 우리는 이제 고용주들이 비협조적이고 비우호적인 상황에서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것이다.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특히 외국자본 기업과 민간자본 기업에서 노동조합 지부를 설립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우리는 고용주들로부터 상당히 수동적인 저항에 맞부딪쳤다. 그것은 매우 큰 어려움이었다. 이번 월마트 노동조합 설립의 성공적인 경험은 우리가 새로운 사고방식을 발견하도록 한 혁신이다.

그것은 다른 외국 투자자들과 민간 투자자들에게 노동조합 설립을 허용하는 법에 신속하게 따르도록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것은 또한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도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노동조합 설립에서 새로운 사고방식을 따르려면, 노동조합 활동에서 새로운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방법에서, 조직적 구조에서, 중심 활동가들을 선별하는 방법에서, 노동조합 기금을 사용하는 방법까지

 

 

총공회는 흔히 그려지는 것처럼 획일적인 구조가 아니다. 거기에는 조직화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고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노동조합 간부들과 지역 노조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한편으로 공산당, 정부, 총공회 내부의 친()자본 세력들에게, 다른 한편으로 국내적이고 국제적인 반()노조 세력들에게 갇혀 있다. 월마트에 맞선 총공회의 대결은 개혁파들이 장차 작동시킬 수단을 열어 놓았으며 중국의 노동자들이 고용주에 맞서고 노동조합을 요구하는 데 있어 하나의 선례를 만들어 놓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외국자본 기업과 민간 기업에 있는 많은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연맹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들은 가끔 비공인 파업에 나서거나 그들의 권리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갔다. 그들이 합법적으로 승인된 수단들을 사용하여 노동조합 지부를 설립할 수 있으리라는 것, 또는 총공회 구조에서 제공된 공간 내부에서 활동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으리라는 것은 거의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새로운 노동조합 지부가 [월마트에서의 첫 다섯 개 노동조합 지부에서 나타난 것처럼] 노동자들을 대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조직되느냐 아니면 미래의 노동조합 지부가 [경영진과 노조의 합의를 우선시하고 경영진과 노조의 동맹에 지배되는 것을 통해] 항상 위에서 아래로 가는 방식이 다시 강요되는 실천으로 총공회가 돌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간단히 말해서, 중국의 노동조합 운동은 아마도 갈림길 위에 서 있으며, 미래가 무엇을 보여줄 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중국의 노동법은 노사관계에 관한 담론이 의거하는 밑받침이다. 노동법은 모든 편에서 자기 입장을 역설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월마트는 총공회의 노동조합 설립을 거부하기 위해 중국의 노동조합법을 사용했다. 이어서 총공회는 노동조합 지부를 설립하면서 법에 나온 노동조합 설립 과정을 사용했다. 법정 소송이 급격하게 늘어난 데서 볼 수 있듯이, 최근 몇 년 동안 노동자들 또한 권리를 주장하고 정의와 보상을 요구하는 투쟁에 법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게 되었다.



중국 노동법의 구절에 따르면, 노동조합 지부를 설립하고 그 인정을 받는 것은 법적으로는 매우 쉽게 되어 있다. (특히 미국 법에 규정된 과정과 있는 그대로 비교하자면 그렇다.) 중국의 노동조합이 조합원 수를 늘리고 싶어 하는 상황에서, 다가오는 몇 해 동안 중국의 많은 노동자 집단들이 노동조합 지부들을 설립하고 총공회에 결합시키는 이 방식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게 할 수도 있다. 중국의 노동법과 현재의 정치적 상황 아래서 노동자들은 [중국 정부에 자주적인 노동조합을 허용하라고 요구하는] 중국노동자통신이나 몇몇 서구 노조들이 주창하는 것처럼 자주적인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싸우는 것보다는 이 방식이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보다 생산적이라고 느낄 것이다.하지만 총공회는 풀뿌리 주도성의 경험을 거의 갖고 있지 않으며, 많은 노동조합 관료들은 위에서 아래로 가는 방식이 아니고 그들이 주도하거나 통제하지 않는 활동들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월마트와의 최근 경험에서 선례가 만들어졌다 해도 노동자들 스스로를 조직해야 한다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고 편안해 하지도 않는다.

사설이 명확하게 보여주듯이 총공회 내부의 개혁파들은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들은 훈련되어 있지 않고 불확실한 기반 위에 서 있다. 다른 나라의 노동조합들은 노동조합 조직화에 있어 상당히 축적된 경험을 갖고 있으며, 만일 노동조합들이 손을 뻗고자 하게 된다면 중국 노동조합의 개혁파들에게 그 경험이 이전되도록 도울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사건들의 중요성은 결코 중국에 제한되지 않는다. 이미 월마트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암묵적인 공동전선이 존재한다. 중국의 월마트 매장에서 노동조합 지부들을 건설한 것은 국제적인 선례를 만들어 냈다. 그것은 세계의 다른 부분에 있는 월마트 노동자들과 노동조합들에게 월마트를 조직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보다 유리해지도록 만들 것이다. 총공회의 노력을 계속해서 기각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술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특히 무엇이 중국의 월마트가 굴복하도록 강요했나를 언급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그것은 중국 노동조합의 조직화 노력이 만들어 낸 독자적 힘이 아니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중국이 사기업과 외국자본에 개방하기 전에, 총공회는 자본의 공격에 직면하지 않았고, 따라서 풀뿌리 조직화에 나서야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노동조합 지부들은 국유기업과 집단기업 내에 자동적으로 존재했다.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평생고용과 복지급여를 포함하는 철밥통을 제공했다. 노동조합이 조직화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날 총공회는 자본에 대적할 이데올로기적인 토대도 독자적인 능력과 수단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월마트에서 총공회가 거둔 승리는 중국 노동법에 나오는 구절들과 그것을 강제하는 중국 정부의 권력에 의존한 것이었다.

이것은 월마트를 상대하는 서구에서의 상황과 어느 정도 관련되어 있다.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과 대적하고 규정을 강제할 수 있을 만한 힘을 가진 유일한 행위자가 되었다. 지금까지 월마트 노동자들을 조직하려는 미국 노동조합들의 엄청난 노력에도 단 하나의 노동조합 지부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다른 한편, 미국의 여러 주 정부와 시 정부는 입법권과 행정권을 사용하여 그 거인을 통제하고 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지불하며 의료연금기금에 이바지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점에서 총공회가 중국 특색을 가진 노동조합주의를 되풀이 말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옮긴이: 양준석

 

  1. 아니타 찬(Anita Chan)은 호주국립대학 현대중국센터의 객원 연구원이다. 그녀는 <공격받는 중국의 노동자들 : 세계화되는 경제 속에서 노동에 대한 착취>라는 책을 썼다. 이 글은 <Japan Focus>에 기고한 것이다. -옮긴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