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정치학: 공산당의 수사학과 혁명

설득의 정치학: 공산당의 수사학과 혁명

 

Patricia Stranahan

 

 

서론

 

중국공산당이 일으킨 혁명의 본질적인 구성요소들 가운데 하나는 프로파간다였다. 프로파간다가 없었다면 인민들에게 대의의 올바름을 확신시키는 것, 인민들을 공통의 신념을 가진 단체로 조직하는 것, 이 모두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공산당 지도부에게 있어서, 프로파간다는 자신들의 당파에 부합하는 특정 이데올로기의 확산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프로파간다는 당 강령의 실재적인 또는 이해된 이익을 통해서 인민대중을 교육하고 동원하는 수단이었다. 처음에는 국민당(GMD)과 외세의 억압 때문에, 그 다음에는 일본의 침략 때문에, 마지막으로는 내전 때문에 공산당은 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때문에 프로파간다는 첫째로 당 간부들에게 당의 목표들을 알리고 이해시킨다는 점에서, 둘째로 대중에게 당의 목표들을 이해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마오쩌뚱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중이 진리를 알게 되고 공통의 목적을 갖기만 한다면, 이들은 한 마음으로 뭉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프로파간다”라는 용어는 부정적인 함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때에 중국의 맥락에서 보면 프로파간다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여론을 조작하는 수단이 아니라 이 목적을 대중에게 공표하고 알리는 수단이었다. 중국공산당이 당 정책들의 공표에 부여한 중요성은 간과될 수 없다. 프로파간다가 아주 중요했기 때문에, 당 상임위원회에서부터 당지역위원회 그리고 당의 각 부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당기구들은 독자적인 프로파간다 위원회를 두고 있었다.

프로파간다를 전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러나 1927년과 1949년 사이에 중국공산당이 처한 상황 ― 농민과 노동자는 대부분 글을 읽을 수 없었고, 항상적인 위기로 인해 대중동원이 사활이 걸린 문제였으며, 인쇄신문이나 잉크와 종이가 사치품이었던 상황 ― 속에서는 가능한 한 가장 간략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즉 슬로건이나 이야기를 통해서 또는 구두로 말할 수 있는 이해하기 쉽고 적합한 메시지를 고안해내는 것이 중요했다. 언어는 당 간부들이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결정적인 도구였다. 그럼에도 [ 프로파간다에서 사용된―옮긴이] 단어들 그 자체가 중요했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설득의] 대상이 된­집단(targeted group)에게 이 단어들이 이해할만하고 적합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중요했다.

이 글은 당 지도부가 혁명의 단어들을 조립하여 청중에게 전달했을 때 당 지도부가 바라는 성과를 이룰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들을 조사해 보고자 하는 커다란 틀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다음과 같은 세 시기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서 이 방법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즉 1) 1920년대 후반과 1930년대 초반에 상하이 노동운동, 2) 1930년대 중후반에 일어난 상하이 민족해방운동, 3) 1937년과 1945년 사이의 섬감녕별구 여성운동. 이 세 시기는 각기 다른 청중들과 각기 다른 반응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선택되었다.

1920년대 후반과 1930년대 초반 사이에 상하이 노동자계급의 지지를 얻으려던 당의 시도는 처참하게 실패하였다. 이와는 반대로 당은 민족해방운동에 참여한 애국적인 엘리트들의 반일감정을 이용하는 데는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마지막으로 당은 처음에는 실패하였지만, 메시지를 대상이 된­청중에게 좀 더 적합하게 만들고 나서 섬감녕 별구의 농촌여성들을 당의 대의로 모으는데 성공하였다. 나는 이 연구를 통해서 다음의 두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어떤 종류의 혁명적인 언어가 효과적이었는가? 2) 효과가 있었다면 왜 그랬는가?

 

 

1927년 ~ 1931년에 상하이 노동운동

 

상하이 갱들이 장개석과 힘을 합쳐 도시의 노동운동을 파괴하고 공산당을 진압했을 때인 1927년 4월 12일과, 그리고 장시성에 있던 마오의 농촌 거점의 안전을 위해서 중앙위원회의의 마지막 한 사람까지 상하이를 탈출했을 때인 1933년 1월 사이의 시기는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한 당의 노력이 가혹하게 좌절된 시기들 가운데 하나였다. 불시의 일격을 받았던 4월 12일 경에는 중국공산당의 영향을 받고 있는 8십만의 노동조합원들이 상하이에 있었다. 이와 달리 1934년에는 당의 후원을 받는 적색노조들은 그저 600명의 조합원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듯 조합원이 숫적으로 줄어들었지만, 프롤레타리아트 혁명에 앞장 설 노동계급을 조직한다는 중국공산당 정책의 기본골자는 이 시기 내내 같았다.

난징의 국민당 정부는 1927년 봄에 중국공산당의 상하이 노동조합연맹을 파괴한 뒤 상하이 노동운동을 노동자가 아닌 국민당에 충성하는 노동조합들의 네트워크로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국민당은 조직화의 참혹한 실패를 겪고 난 뒤 도시노동운동의 관리를 국민당의 인민징계위원회와 새롭게 창설된 상하이 자치정부의 사회국에 넘겼다. 이 두 집단으로부터 나온 법률안들은 비록 국민당 때문에 노동자에 대한 좀 더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노동인민들의 처지를 나아지게 하지는 못했다.

갱두목인 두웨쉥은 허공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두웨쉥은 상하이 노동자를 통제하기 위한 도구로 “황색노조들”을 선택했다. 이러한 황색노조들은 친정부적이고 갱들에 의해 관리되는 조합이었다. 미심쩍은 연줄에도 이 노조들은 얼마간 노동자의 구체적인 이익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국민당과 상하이 갱들의 노동자 조직 활동은 도시노동자를 조직화하는데서 중국공산당이 처한 황량한 상태를 거의 이용하지 못했다. 4월 12일이 지난 뒤 상하이 노동조합연맹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지하로 숨었다. 1927년 7월에 중앙위원회가 상하이와 상하이 주변지역의 당 사업을 지도하려고 장쑤성 지역위원회를 세웠을 때조차도, 중앙위원회는 노동자의 조직화를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생각하였다. 8월 7일에 열린 중앙위원회의 긴급회의에서 공표된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다. “노동운동은 당의 근본적인 활동이다.”

이 시기는 당 역사에서 당 지도부가 국민당의 억압적인 통치와 착취적인 자본주의를 전복하기 위해서 노동자와 농민이 단결할 것이라고 예견했던 때였다. 당 지도부는 작은 경제투쟁이 커다란 경제투쟁이 될 것이며, 커다란 경제투쟁은 다시 대규모의 무장봉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1928년 4월 30일에 중앙위원회는 노동자의 정치의식을 고취시키는 프로파간다와 선동을 통해서 노동자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경제투쟁을 이끌어 줄 것을 핵심당원들에게 요구하였다. 5월과 8월에 장쑤성 지역위원회는 당원들에게 노동자의 경제투쟁을 반­제국주의운동과 반­국민당운동과 결합시킬 것을 요구한 결의문을 발표하였다. 이 결의문은 노동자 조직과 다양한 집단들 사이의 “통일전선”을 확장할 것과 노동자의 지도력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였다. 적색 자위대가 설립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들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노동운동의 조직가들은 경제투쟁과 노동운동을 강화하는 대신에 당의 노선을 따랐고 노동자를 반­군벌 투쟁과 반­제국주의 집회와 소비에트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요구하는 시위 참여에 동원하였다. 1928년에 당이 상하이 노동자를 모으기 위해서 쓴 프로파간다의 전형적인 언어는 노동절에 출판된 성명서를 통해서 잘 드러난다.

 

 

“노동자, 농민이여! 국민당은 완벽하게 군벌과 자본가 계급의 당이 되었기 때문에 노동자/농민/군인은 곧바로 들고 일어나야만 합니다. 무장봉기를 [일으킵시다]. 정치적인 권리를 얻기 위해 싸웁시다. 그리고 노동자/농민/군인 소비에트의 시대를 위해 조직합시다. 노동자여! 농민이여! 새로운 혁명정신을 [인식합시다]!”

 

 

1920년대 후반에 중국공산당이 노동자를 조직하는데 실패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자는 더 높은 임금, 더 짧은 노동시간, 그리고 좀 덜 혹사당하기를 바랐고, 이러한 요구를 성취하는데서 도움을 받기를 바랐다. 노동자는 황색노조들과 국민당노조들로부터 이러한 도움을 어느 정도는 받았다. 그러나 노동자는 중국공산당으로부터는 무장봉기하라는 요구, “정치적 권리를 얻기 위해서 싸우라는” 요구, 그리고 “소비에트를 조직하라는” 요구를 받았을 뿐이다. 하루하루의 생활을 위한 투쟁에 관심이 있던 평균적인 노동자에게 이러한 요구들은 너무나도 이데올로기적이었고 정치적이었다.

중국노동자에게 부당한 일이 벌어지고 현실의 사건을 중심으로 노동자가 모이는 경우에도 이러한 종류의 언어는 결코 바뀌지 않았다. 프랑스 전차회사에 고용되었던 중국노동자의 죽음을 보기로 들어보도록 하겠다. 1928년 9월의 어느 비 내리던 밤, 프랑스 선원이 우통겐이라는 이름을 가진 회사의 운전사를 살해했다. 이 사건은 중국노동자의 파업을 불러왔다. 이 파업은 24일 동안 지속되었다. 프랑스 정부는 이 죽음에 대해서 금전적인 보상을 하였고, 국민당은 이를 받아들였다. 중국공산당은 곧 중국인 노동자의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의 문제가 아니라 압제와 노동자 권리의 침해의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을 기회로 삼았다.

공산당이 이 사건을 [좀 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옮긴이] 조작했을지라도 더 나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제국주의자의 손에 죽은 중국노동자가 있으며, 그저 몇 달러 때문에 억압적인 국민당에 의해 이내 무마되고 감추어질 중국노동자의 죽음이 있었다. 그리고 이 죽음 때문에 성난 중국인들을 모아 노동조건의 개선과 임금인상과 권리향상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산당은 이 계기가 갖고 있는 가치를 알지 못했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증거는 장쑤성 지역위원회가 이 죽음에 항의하려고 집회에서 쓴 슬로건의 목록이다. “중국인 노동자를 살해한 프랑스 제국주의자들을 때려눕히자”, “중국인들을 살해하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때려눕히자”, “모든 제국주의자들을 때려눕히자”, “외국인의 이권을 철회하라”, “대중운동을 파괴하는 국민당을 때려눕히자”, 그리고 (아마도 노동자의 동감을 얻었던 유일한 슬로건인) “하루 8시간 노동을 실시하라.”

왕밍과 국제주의자들이 4차 총회(1931년 1월)에서 당권을 잡고 나서도 프로파간다의 언어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들은 제국주의와 국민당에 맞서는 정책을 계속 이어갔다. 이 정책은 주로 파업이나 시위와 같이 눈에 확연히 띄는 수단들을 통해서 추진되었다. 국제주의자들은 혁명이 무르익었다고 믿었기 때문에 모든 투쟁이 대중봉기의 맹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핵심 당원들은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대중을 조직해서 시위와 파업을 일으키라고 지시받았다. 이 때문에 핵심 당원들은 극심한 위험에 노출되었고, 시위와 파업은 노동자계급의 이탈로 귀결되었다. 결과적으로 상하이 공산당은 자신들이 조직하고자 했던 그리고 자신들이 옹호하고자 했던 집단들로부터 더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국제주의자들은 1920년대 후반의 교훈을 배우지 못했다. 국제주의자들은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실천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성을 이해하는 대신에 다음과 같은 이데올로기적인 프로파간다를 대중에게 전달하기만 했다. 즉 “혁명은 노동자들의 피를 빨아 먹는 자본가들을 위협한다.” “국민당 정부는 ‘부패의 온상’이다.” “노동자를 무장시키고 혁명전쟁의 지도 아래서 모든 제국주의자들을 타도하자.” “프롤레타리아트의 모국―소비에트 러시아―을 지원하고 소비에트 러시아에 대한 공격과 2차 세계대전에 반대하자.” “외채 계약과 제국주의자들의 중국분할에 반대하자.” “기독교와 파시즘에 반대하자.”

이러한 언어는 자본가에게 착취 받고 있고 일본이 자신들의 도시를 폭격하는 것을 보아왔고 세계불황의 효과를 겪고 있었던 노동자에게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했다. 당이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에 대해서 노동자와 이야기하려고 했던 때조차도, 당은 실패했다. 이러한 실패에 대한 보기가 있다. 즉 “국제실업자운동의 날과 관련하여 상하이 청년실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2월 25일.” 이 편지의 한 부분을 읽어보면,

 

 

“배반자들인 국민당 정부는 제국주의자들의 충성스러운 개가 되어버렸고 노동자와 농민의 적색군대를 공격하는데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습니다. 국민당은 실업자들에게 단 한 푼도 주지 않으면서도, 잔인하게 우리를 억압하고, 우리의 조직을 파괴하고, 우리의 지도자들을 체포해 가고, 우리가 기아로 죽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중국공산당은 도시노동운동을 지도하는데서 국민당 또는 상하이 갱들의 충분히 강한 경쟁자가 결코 아니었다. 중국공산당이 국민당 또는 상하이 갱들의 강한 경쟁자가 되었을 때조차도, 중국공산당은 자신들의 언어를 이데올로기적인 언어에서 실천적인 언어로 바꾸지 않는 한 성공할 수 없었다. 이러한 언어의 변화는 정확히 중국공산당이 민족해방운동에 개입하면서 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둘째 사례연구의 대상이다.

 

 

민족해방운동

 

1930년대 중반의 민족해방운동 시기 동안에 상하이 공산당은 도시의 중간계급에서 상층계급에 이르기까지 애국적인 진보주의자들과 매우 성공적인 동맹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들 계급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장개석의 반자본주의적인 금융정책과 정치정책에 대해서 강렬한 적의를 가지고 있었고, 일본의 북부중국 침략에 대해서 장개석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 1930년대 중반에 이들은 증오스러운 일본에 저항하는 어떠한 집단과도 연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시의 당 조직은 바로 이러한 집단이었다. 도시의 당 조직은 1934년 말과 1935년 초 사이에 민족해방연합을 결성하기 위해서 진보주의자들과 연대함으로써 이 기회를 부여잡았다. 공산당의 연대를 위한 노력은 많은 사람들에게 중국공산당이 지난 몇 십 년 동안 중국을 파괴해 왔던 정치적인 혼란을 끝장낼 수 있을 만큼 강한 중국 내의 유일한 정치세력임을 확신시켜주었다.

왜 당 정책이 바뀌었을까? 1933년경에는 상하이의 상황이 너무나도 위험했기 때문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더는 상하이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따라서 중앙위원회는 장시성 소비에트로 퇴각하였다. 그곳에서 중앙위원회는 16년 동안의 중국 오지에서 은둔하기 시작하였다. 상하이 당은 장시성에 있는 상부와 직접적인 소통을 할 수가 없었고, (1934년 가을에서 1935년 가을 사이의) 대장정 시기 동안에는 상부와 어떠한 종류의 소통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코민테른의 정책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에 코민테른은 모든 계급의 애국적인 인민들 속에서 반­일본 통일전선을 조직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1936년 여름 전까지는 중국공산당의 중앙위원회로부터 승인받지 못했다.

상하이의 정치적인 현실을 고려해본다면, 다양한 계급으로 이루어진 반일동맹은 또한 논리적인 행보였다. 경찰의 연이은 탄압 때문에 활동적인 노동자조직은 너무나도 위태로운 처지에 처했다. 이러한 모든­너무나도­명백한 위험은 1932년에 상하이 당 지도부로 하여금 아직 남아있는 활동가들을 공장 밖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지도부는 당 조직에 남아있던 활동가들을 보호하는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반일운동으로 주의를 돌렸다.

상하이 시민들은 일본이 1931년에서 1932년 동안 만주를 점령하고 1932년에 상하이를 잇달아 폭격한 것에 분노했다. 그리고 시민들은 국민당 정부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에도 분노했다. 그때 도시를 휩쓸었던 반일운동과 반­국민당 운동 때문에 당 조직의 전도유망한 목표는 노동자의 동원이 아니라 애국자들의 동원이었다. 상하이 당의 지도부는 이것을 깨달았고, 상황이 가져다주는 기회를 이용하기 위해 점점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도시의 애국적인 조직 사이에서 당의 토대를 세웠다.

당면한 위험에 집중하기로 한 결정은 상하이 자치정부 경찰에 압수된 1934년의 유인물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비록 많은 유인물이 여전히 “국민당에 세금을 내지 맙시다.” 또는 “부자들의 곡물창고를 털고 게릴라전을 강화합시다.”와 같은 슬로건을 담은 반­국민당 프로파간다를 계속하였지만, 또 다른 많은 유인물들은 다음의 슬로건에서 볼 수 있듯이 명백하게도 반­일본적이었고 공격성이나 증오심에서는 훨씬 덜 했다. “북동부의 반­일본전쟁의 지원자들에게 원조를 보냅시다.” 또는 “백색 군대의 병사들을 포위하고 이들이 적색군대와 맞서서 싸우지 못하도록 합시다.”

처음에 당은 (코민테른 12차 총회의 정책을 따라서) “아래로부터의 통일전선”에 집중하였고, 민주동맹을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 동맹은 공산당의 외곽조직 또는 동조조직들이자 대중­지향적인 조직들이었다. 동맹이 세운 목표는 국민당 정부를 뒤엎는 것이었다. 1935년에 국민당 정부가 갑자기 들어닥쳤기 때문에, 대중시위와 동맹의 대중적인 활동은 끊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끝내 9월에 민주동맹은 해체되었다.

이때 중국의 역사와 정치적 현실을 고려해 본다면, 상하이 당이 반­일본적인 엘리트들과 연대한 것은 이해할만하다. 코민테른의 정책은, 지방당 조직이 이해한 대로, 당원들이 문화와 교육영역과 전문직 영역에서 그 수가 증가하고 있는 중간계급과 상층계급의 조직들―이 조직들은 민족해방연합으로 전화해가고 있었다―에 참여할 것을 장려하였다.

민족해방연합의 많은 구성원들은 사회의 상층계층 출신의 비­공산당 활동가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집단들은 민주동맹과는 달랐다. 당원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숨기면서 이 집단 안에서 활동했다. 그 까닭은 당원들이 이러한 집단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하이 시민들의 반일감정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모든 계급의 애국적인 인민들은 일본에 맞선 싸움에서 공산당의 동맹자가 되었다.

국민당과 서방 정부가 민족해방운동을 무너트리려고 애썼지만, 그리고 특히 일본이 1937년 가을에 상하이의 중국인 통치지역을 점령한 뒤에, 민족해방운동은 급속하게 성장하였다. 민족해방연합은 점령자에게 저항하기 위해서 시위, 퍼포먼스 그리고 보이콧을 통해 상하이 시민들을 규합하였다.

이때 당 프로파간다에서 사용된 언어는 1920년대 말과 1930년대 초의 노동운동 때 사용된 언어와는 달랐다. 적은 구체적이었다. 즉 적은 모든 인민이 맞서고자 하는 사악한 세력이었다. 이데올로기적인 프로파간다가 일본에 대한 저항이라는 실천적인 메시지로 대체됨에 따라 이성과 애국심이 폭력적인 단어들과 난폭한 비난을 대체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민족해방연극집단이 뿌린 두 유인물을 통해서 잘 드러난다.

 

상하이의 형제들에게

이 나라는 변화를 겪고 있으며, 상하이의 인민들은 자신의 태도를 바꾸어야 합니다. 남성들은 천박한 생각들을 마음속에서 지우고, 자신의 정력을 향락에 던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정력을 사용해야 합니다. 여성들은 둥글게 말았던 머리를 펴야만 하고, 얼굴에서 립스틱 자국과 분가루를 씻어내야만 하고, 굽 높은 하이힐을 벗어버리고, 우리의 위대한 나라인 중국의 시민이 되어야만 합니다. 우리 형제들의 뜨거운 피가 여러분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적의 총이 여러분들을 긴장시키지 못한다면, 시민이란 여러분들이므로, 시민들은 무능해지고 시체와 같은 존재가 될 것입니다.

 

 

형제들에게

일본의 강도들은 인민을 죽이고 영토를 점령할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이 반일감정을 갖지도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우리는 진심으로 일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합니다. “무력에서 우위에 있는 나라는 그렇지 못한 다른 나라를 폐허로 만들 수 있지만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지라도 이 나라의 인민과 인민의 정신을 정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노구교사건이 일어난 뒤 이틀이 지난 1937년 7월 9일 밤에 자치정부 경찰은 민족해방가요를 불렀다는 이유로 7명의 젊은이들을 체포했다. 다음날 경찰은 아마추어 여행 집단의 구성원들이었던 또 다른 젊은이들을 체포했다. 이들이 초등학생들과 함께 대중적인 민족해방가요인 “새로운 인생”과 “뜨거운 피”를 불렀다는 이유에서였다. “뜨거운 피”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누가 노예가 되기를 바라겠는가? 누가 말과 소가 되기를 바라겠는가?

우리의 뜨거운 피는 흐르는 시냇물처럼 끓어오르네

자유, 평등, 우애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른다 해도 설사 죽는다 해도 후회스럽지 않으리

우리의 뜨거운 피는 흐르는 물과 같네

평등, 우애, 자유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친다해도 후회스럽지 않으리

 

 

일본이 상하이를 점령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 어느 날 민족해방청년집단은 다음과 같은 슬로건이 담긴 포스터를 상하이 전역에 붙였다. “저항의 전쟁을 끝까지 수행하자”, “일본과의 모든 관계를 끊어내자”, 그리고 “노예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여, 단결하자.”

시의 당 조직이 민족해방집단들과 연대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당 자체의 프로파간다를 그만 둔 것은 아니었다. 1938년 10월에 상하이 중국공산당을 지도했던 장시성 지역위원회는 “중국 군대가 무한 지역에서 퇴각하는 것과 관련하여 상하이 형제들과 동지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유인물을 발표했다. 이 유인물은 당의 통일전선에 대한 태도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광동이 함락되었고 중국 군대는 무한지역에서 전략적으로 퇴각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우선 무한지역을 방어하고 우리의 최후의 승리를 위해 지난 다섯 달의 피비린내 나는 전투에서 장개석 대원수와 중국병사들이 보여준 용기에 경의를 보내야만 합니다. 밝은 미래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침략자를 분쇄하기 위해 저항의 전투를 계속 수행하는 것은 모든 중국인들의 의무입니다.”

 

 

민족해방운동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상하이 점령은 게임의 규칙을 바꾸어 놓았다. 점령된 상하이는 매우 위험한 지역이었다. 그래서 애국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자유롭게 이동할 수도 없었고 공개적으로 활동할 수도 없었다. 도시의 외국인 통치지역도 예전과 같이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었다. 그리고 상하이 공산당의 지도부는 민족해방운동이 조직적인 통일성을 결핍하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이 깨닫게 되었다. 조직적인 통일성의 결핍은 점령 이전에는 문제가 아니었지만 점령 이후에는 민족해방운동의 활동을 위험에 빠뜨렸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마도 중국공산당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들일지도 모른다. 1930년대 후반에 마오쩌뚱은 그의 경쟁자인 장구오타오와 왕밍에 대한 우위를 점해가고 있었다. 모든 당 조직에 대한 자신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것이 마오에게는 중요했으며, 독립적으로 활동을 하던 상하이 당 조직을 다시 당지도의 틀 안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우선적이었다. 마오는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류시야오를 상하이로 급파하였다. 마오주의자의 영향력 아래에서 정책이 민족해방에서 대중의 조직화로 옮겨감에 따라서 1930년대 내내 잠복적인 상태에 있던 상하이에서의 계급문제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것이 의미했던 것은 도시혁명으로의 회귀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것이 의미했던 것은 농촌에 바탕을 둔 혁명 속에서 일본에 대한 저항을 대중적으로 조직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상하이 당 조직과 도시 엘리트와의 결속은 지속되었고, 전쟁 말미에는 당이 도시에서 강력한 거점을 구축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섬감녕 변구에서 여성

 

중국공산당의 주도권을 얻고 당 정책을 대중의 조직화로 되돌려 놓기 위한 모택동의 투쟁은 세 번째 사례연구, 즉 섬감녕 변구에서 여성에 대한 정책의 중심내용이다. 당 지도부는 여성을 혁명에 대한 지지의 광대한 보고로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여성은 혁명으로부터 가장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앙위원회가 가난에 짓눌리고 황량한 중국의 북서부에 새 정부를 출범시켰을 때, 15살 안팎의 여성은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여러 집단들로 조직화되었다. 이 집단의 주된 기능은 구성원들을 정치적으로 교육하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통일전선 기간(1937년~1941년) 동안에 정책입안자들이 보기에는 여성의 평등권은 저항운동에 비해서 이차적인 문제였다. 당 지도부는 공격적인 해방운동을 시작함으로써 통일전선이라는 사회 세력들 사이의 연약한 균형을 망쳐놓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 지도부는 여성해방정책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 심하게 경고하였다. 당 간부들은 여성에게 전쟁에 이바지함으로써 수세기 동안 여성을 억압해왔던 전통의 체계들을 부술 수 있다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당은 여성에게 사회적 평등을 쟁취하는 방법에 대해서 현실적인 조언을 거의 해주지 못했다.

명확함의 결핍이 통일전선 시기 내내 정책이 보여준 특징이었다. 당 지도부는 전쟁과 지역을 경제적으로 바로 세우는 일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뚜렷한 정책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주로 지식인들이며 장시성 소비에트의 좀 더 급진적인 경험을 겪고 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정책입안자들이 지독하게 가난하고 억압받고 있으며 글을 읽지 못하는 여성에게 말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1920년대 노동운동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는 현실 조건에 대한 또 다른 무지의 시기이자 불확실함의 시기였다. 그리고 프로파간다의 언어는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적이어서 청중들로부터 어떠한 정당성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1941년 7월 선거에서 여성에게 투표를 촉구하는 다음의 성명서를 보기로 들어보도록 하겠다.

 

 

“많은 세대를 거쳐 말해졌던 ‘여자는 사람이 아니다’나 이와 비슷한 경멸적인 말들은 여성이 몇 천 년 동안 받아왔던 봉건적인 억압을 완전하게 보여줍니다. 이러한 경멸적인 말들은 또한 여성의 하찮은 사회적 지위를 보여줍니다. 이 나라의 모든 곳에서 여자는 당나귀, 암소나 말과 같은 대우를 받습니다.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이러한 상황은 접경지역인 여기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혁명, 즉 저항전쟁의 봉화는 옛 법규와 관습 모두를 사라지게 만들 겁니다. 실제로 섬감녕 변구는 여성에게 민주적인 자유의 권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뚜렷한 정책이 없었기 때문에 당 간부들은 여성이 잔인한 다른 식구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 이외에 다른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때때로 억압된 분노의 표출은 이혼의 형식을 취했으며, 처음에 당 간부들은 이혼이 사회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오히려 당 간부들은 이혼을 여성들이 전통적인 체계에 일격을 가하는 동시에 봉건적인 족쇄를 깨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보았다. 왜냐하면 이혼은 모든 계급과 관련된 문제였고, 게다가 당 간부들은 이혼을 계급화합이라는 통일전선의 목적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여성을 해방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 간부들은 재판의 중재―이후에는 의무가 된 과정―없이도 여성이 이혼하는 것을 허락하였다. 당 간부가 여성에게 전해준 “진실한” 이야기를 통해서 이러한 상황을 볼 수 있다.

 

 

“실제 나이인 11살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어린 신부는 지방정부의 안마당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당 간부가 그 소녀에게 무엇을 바라냐고 묻자, 그 소녀는 자신의 힘겨운 생활에 대해 머뭇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시집오기 전에 살던 집에서는 먹여살려야할 식구들이 너무 많았고 삶이 힘들었다고 소녀는 말했다. 그리고 그 소녀는 한 해전에 결혼을 했지만 시집에서도 삶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고, 시아버지는 ‘용’과 같았고, 아이를 돌보고, 음식을 만들고 집안을 청소했지만, 시집식구들은 여전히 그녀를 때리고 그녀에게 욕을 퍼붓는다고 말했다.”

 

 

 

“이혼을 바랍니까?”라고 당 간부는 물었다.

소녀는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그저 식구들이 저를 때리지 않고 저에게 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식구들이 때리고 욕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때 이혼하고 싶어요.”

당 간부가 소녀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그래도 이혼하고 싶다면 다음날 다시 찾아오라고 말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이러한 후진적인 사회와 후진적인 사회 속에서 여성의 역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당 간부들이 이혼을 해방의 수단으로 제시했을 때, 이들은 문제를 풀기보다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었다. 여성의 의식을 고무하는 것이 이 단계에서는 중요했지만, 가족을 중심으로 구조화된 경제에서 여성이 가족단위를 깨고 나오는 것을 허락하는 것은 연안 시기 내내 위험한 것이었다. 게다가 섬감녕 변구 지역에서는 혼자 사는 여성을 위한 사회적 또는 경제적 장소는 가족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당은 여성을 위한 뚜렷한 정책을 만들지 못했고 사회적인 조화를 유지하기 위한 온건한 과정을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 정책은 당이 피하고자 했던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격변의 가능성을 만들고 말았다.

1941년 말에서 1942년 동안에 중국공산당은 잘 알려진 정풍운동(1942년~1944년)에서 표출된 심각한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위기의 표출 가운데 하나는 섬감녕 변구에서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이 실패했다는 당 지도부가 내린 결론이었다. 정책변화는 모든 영역에서 시작되었다. 여성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앙위원회는 여성에게 이혼을 장려하는 지난 정책과는 달리 중요한 경제단위인 가족의 붕괴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여성정책을 고쳤다. 당은 여성이 가족 내에 머무를 것을 요구하였고, 대신 기술을 가르쳐주어서 여성이 가족에게는 없어는 안 될 경제적인 이바지를 하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정책이 이데올로기적인 것에서 실천적인 것으로 변화하였고, 이에 따라서 섬감녕 변구의 여성은 평등을 향한 기나긴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43년 2월 26일에 발표된 공식적인 정책 성명서에서 중앙위원회는 여성이 생산 활동을 통해서 해방을 쟁취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과거와 같이 정책의 불명료한 부분이 아니라 이제는 정책의 기본원리였다. 당 간부들은 여성이 공통의 경제적 목표를 향해 가족 안에서 조화롭게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제 방법은 명확했다. 생산과 협력이 슬로건이 되었다. 당 간부들은 그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그것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실천적인 프로파간다가 이데올로기적인 프로파간다를 대체하였다. 즉 “봉건적 족쇄를 깨뜨리자”는 “자신의 지위를 향상시키자”로 바뀌었고, “이혼을 통해서 자유를 얻자”는 “경제적인 독립을 통해서 자유를 얻자”로 바뀌었다. 봉건적 가족 체계의 불평등에 대해서 분노를 표출했던 회합은 여성에게 가족의 소득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모임으로 바뀌었다. 확실히 억압된 분노의 표출은 모든 변화의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섬감녕 변구의 당 간부들은 이러한 분노의 표출을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되도록 내버려두었다. 이제 옛 것을 파괴하고 새 것을 세울 시간이다.

여성 노동영웅―생산에 눈에 띄는 기여를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들이 새로운 메시지의 주요한 테마가 되었다. 당의 출판물에서 이에 대한 수많은 일화들이 소개되었다. 이 모든 일화들은 다음과 같은 동일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열심히 일하면 돈을 많이 벌 것이다. 가족 소득의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것이다. 여성 노동영웅인 렌윤니는 “이전의 정부는 관청이었지만, 지금의 정부는 인민입니다. 정부는 나에게 백 위안을 줍니다. 제가 음식 또는 옷을 사야할까요?”라고 말했다. 한 농촌 여성영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혁명 이후 여성과 남성은 평등합니다. 가정에서 여자들은 남자들이나 어르신들의 제지를 받지 않습니다. 그들은 제게 자활하라고 말합니다.……저는 돼지를 키우고 목화를 재배해서 오천에서 육천 위안의 소득을 올렸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쓴 여성 노동영웅에 대한 이야기는 50살의 과부이자 방적 산업에 공헌했던 류귀잉에 관한 이야기이다. 1943년에 류는 쑤이더에서 여성들을 방적협동조합으로 조직하기 시작했고, 첫해에 여성들은 천7백 진의 실을 짰다. 류는 이 성과에 만족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사람이 돈을 법니다. 젊었건 나이가 들었건 모든 여성이 옷가지들, 용돈, 소득을 가지고 있으며, 물건을 살 돈을 벌어다 주는 남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가족이 행복합니다!”

1943년에 류는 노동영웅과 모범적인 노동자에게 상을 주려고 해마다 가을추수 뒤 열리는 지역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연안의 수도에 갔다. 그 뒤에 그녀는 농촌여성 집단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저는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연안에 갔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곳에서 전에는 결코 하지 못했던 것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자동차까지 타보았습니다! 공산당은 고생하고 있는 우리들을 염려해 주었고, 잘 먹고 옷은 따뜻하게 입으로라고 계속 전진하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저는 마오 주석을 만나보았습니다. 그 다음해 저는 마오의 말을 계속해서 따라왔고 실을 짓고 천을 짜는 일로 모든 연령의 여성을 조직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저는 제가 본 것과 들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고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여성에게 자신의 삶을 나아지게하기 위해서 일하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정책을 고치고 난 뒤에도 여전히 여성정책의 문제점은 남아있었다. 그러나 프로파간다의 언어들이 좀 더 현실적인 언어로 변화해감에 따라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도 좀 더 현실적인 프로그램으로 변화해갔다. 비록 여성이 여전히 평등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전보다는 더 많은 여성이 투표를 하게 되었고 교육과 직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에 대한 자신들의 지지를 표현하게 되었다.

 

 

결론

 

세 가지 사례연구를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중국공산당이 대상이 된­청중에게 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언어를 사용했던 방식을 살펴보았다. 어떤 경우에는 메시지가 청중에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고, 또 다른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우리가 이러한 보기들로부터 몇 가지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우리는 이 결론들 통해서 혁명의 언어가 공산주의 혁명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서 효과적으로―또는 비효과적으로―사용된 방식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프로파간다는 추상적인 대의를 구체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때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반­군벌주의, 반­제국주의 그리고 반­자본주의에 대한 호소는 평균적인 노동자에게는 너무나도 추상적이었다. 이혼의 자유도 보통 농촌여성에게는 너무나도 추상적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침략과 점령은, 생존을 위한 생산의 필요처럼,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문제였다. “나라를 구하자” 또는 “더 많이 생산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다”는 “제국주의를 끝장냅시다.”보다 더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2) 프로파간다의 언어가 더 이데올로기적일수록 대중이 이 언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더 낮았다. 일본과 맞서 싸우는 병사들을 지원하자는 호소나 일본에 맞서 단결하자는 호소 또는 침략자의 노예가 될 것이라는 호소는 명확한 메시지였으며, 효과적으로 작동했던 메시지였다. 글을 읽지 못하는 농촌여성에게 “혁명의 봉홧불”을 보라고 호소하고 자신들의 민주적 권리를 위해서 싸우라고 호소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청중은 들었던 것을 이해할 때에만 메시지를 받아들였다.

 

3) 당이 정책에 대해서 더 많은 확신을 가지고 있을수록 메시지는 덜 이데올로기적이었다. 1920년대 후반 중국공산당은 중국 현실을 거의 알고 있지 못한 모스크바의 코민테른 지도부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정책을 자주 바꾸었고 그 때문에 격변에 시달렸다. 노동자 계급을 모으려는 시도는 대부분의 일반대중의 눈에는 쓸데없는 것으로 비추어졌다. 당 지도부가 실행할 수 없는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 더 힘겨운 노력을 기울일수록 메시지는 더 이데올로기적인 것이 되었다. 이와 반대로 1930년대 중후반의 상하이 당 조직에게는 프로파간다 방식은 명확했다. 왜냐하면 일본의 점령에 성공적으로 저항하기 위해서 모든 시민은 단결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즉, 메시지는 명백했고 간단했다.

4) 당 간부들이 메시지를 전달받을 사람들의 처지를 알았을 때 프로파간다는 좀 더 효과적이었다. 대부분의 당 간부들은 노동자가 아니었고 빈곤계급 출신이 아니었다. 그들은 상하이의 엘리트들과 대화하는데 어떠한 문제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섬감녕 변구에서 당간부들은 농촌생활을 전혀 해보지도 못했고 농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 지역사람들과 대화할 수 없었다. 정풍운동 기간에 당 간부들은 촌락으로 내려갔다. 비록 대부분의 당 간부들에게는 이 경험은 유쾌하지 않았겠지만, 이를 통해서 당 간부들이 인민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경험이었다.

 

5) 청중의 교육수준은 어떤 종류의 혁명의 언어가 사용될 것인가를 결정하지 않는다. 이데올로기적인 메시지는 교육을 적게 받았거나 거의 받지 못한 노동자에게 전달되었다. 그러나 실천적인 메시지는 교육을 잘 받은 상하이의 엘리트에게 전달되었다. 섬감녕 변구에서 글을 읽지 못하는 농촌여성에게 전달된 이데올로기적 메시지는 실패했다. 그러나 실천적인 메시지는 성공하였다.

 

6) 청중은 어떠한 종류의 언어가 사용될 것인가를 결정하지 않는다. 국면과 당내투쟁이 그것을 결정한다. 당내의 격변의 정도가 얼마나 급진적인 언어가 프로파간다에서 사용되는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데올로기적 메시지는 당의 불안정성을 지시해준다. 그러나 실천적인 메시지는 당의 안정성을 지시해준다. 1920년대 후반과 1937년과 1941년 사이에는 당내에 커다란 불화가 있었고, 이에 따라 노동자와 농민에게 전달된 메시지는 이데올로기적이었다. 그러나 마오가 정풍운동 동안 당에 대한 그의 통제력을 강화하자마자 중국공산당이 안정화되었던 것처럼, 1930년대 중후반의 상하이 당은 매우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그때 대중에게 전달된 메시지는 훨씬 더 실천적이었다.

 

이데올로기적 언어는 언제나 비효과적이지만 실천적인 언어는 언제나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또는 이데올로기적 언어의 사용이 당내의 격변과 정책의 불확실성을 지시해 주지만 실천적인 언어의 사용은 언제나 안정성과 명확성을 지시해준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이다. 그럼에도 세 가지 사례연구에서 이끌어 낸 결론은 혁명의 언어가 사용되는 방법에서 중요한 차이를 지적해 주고 있으며, 메시지의 성공과 실패는 상당부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된 언어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옮긴이: 이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