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실천연구소

자본주의가 우리를 병들게 만든다. 본문

실천지 (2007년)/2007년 3월호

자본주의가 우리를 병들게 만든다.

사회실천연구소 2014. 11. 7. 15:54

자본주의가 우리를 병들게 만든다.  

제프 산츠


토론토에서 일어난 사스(SARS) 위기의 다른 모습


2003년 상반기 내내, 토론토와 베이징만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명을 앗아가는 폐렴(pneumonia)과 비슷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소식이 홍콩에서 제네바까지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바이러스 때문에 희생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가 정기적으로 보도됨에 따라, 2월에는 ‘사스’(SARS)라는 용어가 세계적으로 쓰였다. 2003년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8,000명이 사스에 감염되었고, 사스와 관련된 사망자는 689명을 넘어섰다. 내 고향 토론토에서. 2003년에 43명이 사스 때문에 죽었다. 


토론토에서 발생한 사스는 신자유주의 공공의료 정책과 수행이 적절하지 않았고 명백히 실패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그것은 신자유주의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는 노동자의 건강과 사회적 안전보다 기업의 안전을 더 우선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것 말고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사스의 위기가 자본주의적 사회관계 때문에 사람들이 병들 수밖에 없는 몇 가지 방식을 낱낱이 들추어냈다는 데 있다. 


온타리오 공공보건 당국이 사스경보를 처음 받은 것은 2월 초였다.  본격적인 위기는 3월까지 계속되었다. 4월 말까지 온타리오의 토리당(Tory) 주지사인 어니 이브스(Ernie Eves)는 이 위기가 가져온 여러 가지 측면에 대처하려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크리스마스 때문에 휴회하고 있던 주 의회 소집을 요청하지 않았다. 



몇 주일 동안, 토리당이 내놓은 방안은 기껏해야 ‘손 씻기’ 또는 ‘식사는 차이나타운에서’와 같은 제안으로 이루어진 듯 보였다. 정부는 4월말 국제보건기구(WTO)가 발표한 여행자 주의보(travel advisory)와 관광산업주가 입은 손실 때문에 당혹스러워 한 다음에야 비로소 대응했을 뿐이다. 그마저도 주로 대민홍보 식으로 대응했다. 더욱 나쁜 것은, WTO가  여행자 주의보를 발표한 다음에 주정부가 서둘러 이번 위기가 끝났다고  여행자들을 안심시켰다는 데 있다. 이것은 5월 말에 사스가 다시 발생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 듯 보인다. 간호사 노동조합(nurses’ unions)은, 사스가 두 번째 발생하기 전에, 사스에 대한 대응을 완화하는 것이 아직 이르다는 자신들의 정부에 대한 경고가 무시되었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틀림없이 토리당이 마음을 쓴 것은 공공 의료보다는 오히려 대민홍보였다.  


감염되기 쉬운 온타리오 만들기 :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충격


캐나다의 보건의료는 연방 정부의 권한과 주정부의 권한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공간에서 작동한다. 보건의료는 주정부가 책임질 영역이지만,  국가 건강보험 프로그램을 통해 연방 정부가 대부분의 기금을 제공한다. 자유당 연방 정부(federal liberal government)는, 1993년 집권한 뒤 잇달아 3번 의회 안에서 다수파를 이루었다. 자유당 연방 정부는 주정부에 지출할 기금을 크게 삭감하는 것을 제도화해 왔다. 1995년 초 연방정부는 보건의료에 쓰려고 책정한 보건의료 기금에 대한 규정을 삭제했다. 이것 때문에 온타리오 주정부는 9,870억 달러의 연방 보건의료 예산을 수력산업과 같은 비용 초과 영역으로 맘대로 돌릴 수 있었다(Deibel, 2003: A8). 전 재정부 장관이자 현 총리인 폴 마틴이 1995년~1999년 사이 4년에 걸쳐 온타리오 보건의료 기금에서 60억 달러를 삭감하자, 이러한 상황은 악화되었다. 그 결과 보건의료 기금은 엄청나게 줄었다.  


진보보수당(Tory) 주정부는 온타리오 보건의료 체계에 가장 큰 해를 끼쳤다. 보기를 들면, 워커톤(Walkerton) 지역에서는 마을 식수가 사유화되고 수질 검사 예산이 크게 줄어든 다음, 식수가 대장균에 오염된 적이 있었다. 그때 오염된 식수를 마신 몇 사람이 죽고 몇 백 명이 병에 걸렸다. 게다가 사스는 토리당이 취한 온타리오 보건의료 체계의 잘못을 좀 더 뚜렷하게 드러냈다.


토리당이 이브스의 후계자 마이크 해리스의 지도 아래 1995년 집권하자, 토리당은 사유화를 실시하고 예산을 줄이는 정책을 폈다. 그러한 정책은 공공 서비스의 위기를 불러왔다. 해리스는 부자와 기업을 위한 감세 정책에 서명하려고 병원들에서 13억 달러를 회수했다(Diebel, 2003: AI). 또한 보건의료와 관련해서 해리스는 온타리오에는 너무 많은 간호사가 있다며, 몇 천 명의 간호사를 쫓아내어 간호사 수를 낮추겠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라 1995년~1999년에 온타리오에 있는 병원에서만 25,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Diebel, 2003: A8). 아울러 온타리오에서 간호업무는 점점 더 비정규직이 맡게 되었다. 간호사의 50%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때때로 다른 병원에서 2개 또는 3개의 일을 계속 했다. 사스가 발생하기 전 18개월 만에, 정부는 온타리오에 있는 한 연구소에서 뛰어난 과학자 5명을 해고했다. 그들은 다가오는 전염병과 새로운 질병의 위협을 감시하는 토론토 표준 연구단과 함께 일했다(“hospitals and public health unit across ontario relied on their work,” Toronto star, 2003b : A9를 보라). 

기금도 인원도 부족한 병원들의 전염병 감시․통제 체계는 사스를 퍼트리는데 이바지했다. 또한 온타리오 병원들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들, 즉 오염된 의료 장비와 부적합한 위생법도 질병을 퍼트리는 데 이바지했다.(Nikiforuk, 2003:A23). 온타리오 병원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1995년 뒤 줄곧 의료 장비 구입을 병원 자체에 맡겨 놓았기 때문이다. (“the evangelical search to save money in hospitals has also assisted and fortified microbes,” Nikiforuk, 2003 : A23 보라).

1998년 주정부는 공공의료 비용과 책임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겼다. 그런데 정작 지방자체단체는 이미 재정이 고갈되었기 때문에 공공의료 비용에 추가로 쓸 자원조차 모자랐다. 지금 주정부가 작성한 기준에 따르면, 온타리오는 꼭 필요한 공공 의료 서비스 가운데 83% 못 미치게 제공하고 있다.(Diebel, 2003 : A8). 토론토 공공 보건국은 인원을 넉넉하게 충원하려고 500만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Toronto Star, 2003a: F6). 주정부의 만성적인 기금 부족에서 비롯된 예산 압박 때문에, 공공 보건국의 의료진은 지금 65명이나 부족하다. 사스가 발생한 동안, 이러한 인원 부족을 해결하려고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이 차출되었다. 또한 의료 보조원(health workers)은 온타리오 주에 있는 다른 지역에서 토론토로 데려와야 했다.


토리당이 진행한 의료 서비스의 사유화는 주정부가 사스의 발생에 대처할 수 없게 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게다가 보건의료 예산이 줄어들자, 공공 보건의료 체계는 좀 더 커다란 압박에 시달렸고, 심지어 임시로 일할 사람을 쓸 수 있는 재원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것은 또한 다른 [꼭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온타리오 보건의료 체계는 예상하지 못한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또는 위급한 상황이 일어날 때 ‘위기대처능력’(surge capacity)에 필요한 재원을 거의 또는 전혀 갖고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 진행하고 있는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사스는 비교적 제한된 질병이었다. 그래서 보건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와 사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가족들이 주로 사스에 감염되었다. 이는 신속히 그리고 쉽게 통제되어야 했다. 불행하게도 온타리오 병원들은 대부분 주정부가 권고한 만큼 꼭 필요한 감염 통제 간호사를 갖추지 못했다. 토론토 아동병원의 전(前) 전염병학과장은 감염 통제에 알맞은 충분한 시설과 필요한 인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과 함께 온타리오 보건의료 체계가 축소되었기 때문에, “사스와 같은 전염병의 확산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Diebel, 2003: A8에서 인용) 게다가 사스 발생에 대한 대응은 이미 막을 수 없는 이러한 좋지 않은 상황을 악화시켰다. 그것 때문에 [우리는] 병원들이 아주 심각한 경우만 빼고 몇 백 건이나 되는 수술을 취소하는 것을 보았다. 사스 위기 동안, 수술이 취소되지 않았으면 살았을 사람들이 죽기도 했다. (Diebel, 2003). 온타리오 공공 보건의료 재원은 반드시 늘어야 한다.


사스와 노동


정부는 사스에 감염되어서 격리된 노동자들과 격리되지 않았지만 사스 증상이 있어 집에 머물러야 했던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공공의료 재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빚어진 문제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마운트 시나이(Mount Sinai) 병원의 사스 감염 간호사는 인원 부족 때문에 결근할 수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GO 열차와 TTC 지하철, 그리고 버스를 타고 4월 14일과 15일 일하러 갔다. 그때 이러한 [보상의] 실패가 토론토에서 사스의 확산 그리고 사스 발생 동안 공황 상태의 확산에 이바지했다는 사실이 부각되었다. 6월 중순까지, 주정부는 병원의 재원과 직원 수를 여전히 늘리지 않았다. 토론토 성 미셀 병원(St. Michael's Hospital)에서, 2차 사스가 발생했을 때, 병원 쪽은 30명의 임시 의료 보조원들(extra healthcare workers)에게 사스 의무 근무(SARS duty)를 요청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본적인 재원이 넉넉하지 않은 조건에서, 아무리 임시 의료 보조원들에게 임금을 두 배로 더 준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기꺼이 헌신하도록 할 수 없었다.  


노동부는 사스가 발생한 동안 병원의 의료 장비와 체계를 조사했다. 노동부는 노스 요크 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성 미셸 병원이 작업장 건강안전법(workplace Health and Safety Act)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그 병원들은 사스 감염을 막아줄 마스크가 대부분 불량품이거나 간호사에게 장비를 제대로 주지 않았고 필요한 교육도 하지 않았다. 병원 쪽은 사스를 해결하려고 간호사에게 강제 노동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2차 사스가 발생한 동안, 그리고 몇 주에 걸친 강도 높은 잔업과 가장 높은 도시 감염률에 시달린 다음, 간호사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위험수당”(danger pay)을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위험수당을 준다 하더라도, 사스 때문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실은, 즉 두 명의 간호사가 죽고 몇 십 명이 몹쓸 병에 걸렸다는 사실은 덮어질 수 없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일부 병원들은 간호사들이 한 요구에 대해 오히려 그들을 해고하는 것으로 맞받아쳤다. 래이커리지 보건 회사(Lakeridge Health Corporation)는 그때 격리된 11명을 포함하여 15명의 공인 보조 간호사들(registered practical nurses)을 해고했다. 이브스(Eves) 수상은, 해고가 “보건의료 체계 안에서 재원이 필요할 때에는 재원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는 유연한 체계”(Boyle & Mallan, 2003 : A6에서 인용)를 만들려는 주정부의 시도 가운데 하나였다고 주장함으로써 해고에 대한 비판 여론을 맞받았다. 실제로 병원들이 앞 다퉈 약 400만 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메우려고 하자, 추가 해고가 제안되기까지 했다. 보건의료 유연화는 토리당 정부가 내세운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 유연화 정책 때문에 안 그래도 취약한 상태에 있는 보건의료 체계는 더욱 나빠졌다. 


또한 연방정부와 주정부도 사스 때문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업계, 특히 서비스업과 관광업에서 해고당하고 노동 시간 감소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끝내 도움을 주지 않았다. 바로 얼마 전인 5월 27일에 지부 75 (Local 75), 즉 호텔 종업원과 레스토랑 종업원 국제 연합(HERE) 토론토 지부는 연방 산업부 장관 알랜 락(Allan Rock)과 인적 자원부 장관 제인 스튜어트(Jane Stewart)와 회담을 계속 요구했다. 지부 75의 지부장 폴 클리포드(Paul Clifford)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상급 정부 차원에서 병원 노동자들이 받을 추가 기금은 없다. 고용보험 기금은 바닥났다. 고용보험을 청구할 수 있는 2주 동안의 유예 기간도 철회되지 않았고, 고용보험 규정도 느슨해지지 않았다. 그 결과 많은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이 죽어가고 있다.”(McGran, 2003b : A6에서 인용) 2차 사스가 발생한 동안, 7,000명 넘는 사람들이 외따로 지냈다. 어처구니없게도 보상 종합 계획(compensation packages)은 여전히 실행되지 않았다. 사스가 발생한지 두 달이 넘어서야 겨우 자유당 연방정부는 2주 동안에 [고용보험] 청구해야 한다는 유예 기간 조항을 없애버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들은 고용보험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 규정 조항을 전혀 완화하지 않았다. 그 결과 서비스업과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은 시간제 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느 때와 같은 엄격한 고용보험 제한 규정 아래서는 고용보험을 받을 자격도 없었다. 


고용보험 급여는 호텔 업계와 레스토랑 업계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조차 정상 임금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또한 지적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집에서 쫓겨난 임차인들이나 사스 때문에 해고되거나 또는 일의 감소 때문에 해고되어 공과금을 납부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준비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사스와 서커스 : 관광과 토론토의 경제적 불안


누가 보상금 또는 보조금을 받았고 누가 받지 못했는가는 정부 부처가  노동자를 도와주기 보다는 관광 산업 사장들을 도와주는데 더 많은 관심이 있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만들었다. 주정부의 재정은 보조금 형식으로 자본에게, 특히 연예 산업 관련자들에게 돌아갔다. 


블루 제이(Blue Jays) 구단주이자 구단 케이블 설치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악명 높은 로저스(Rogers)가 혜택을 받은 것 같이, 라이온 킹(The Lion King)과 맘마 미아(Mamma Mia)와 같은 스펙타클의 제작사인 미르비쉬 엔터테인먼트(Mirvish Entertainment)도 혜택을 받았다. 또한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도 보조금을 받았다.


대체로 자유당 연방정부는 온타리오에 줄 의료 기금을 6억 달러까지 줄임으로써 보건의료의 위기를 더욱 촉진시켰고, 토론토의 한 고급 호텔에서 국무회의(Cabinet meeting)를 개최(그들은 서둘러 자가용으로 왔다 갔다.)하는 것과 같은 상징적 지원을 제공했다. 무료 공연을 개최하려고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에게 공금 1,000만 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포함한 다른 대응들은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 금액은 해고되고 격리된 노동자들과 사스 피해를 입은 중소업체들에게 보상할 연방 구호기금 총액과 같은 액수였다. 


토론토에서 관광 산업은 사스가 발생하기 전에 잠시 형편이 좋지 않았다. 토론토의 지하철과 버스를 운영하는 토론토 교통 위원회(TTC)의 대변인은 TTC는 사스라는 말이 있기 전에 여행객 수가 시내 전역에서 전반적으로 감소했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거대 연예산업처럼 TTC도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TTC는 토론토 시민들 사이에 도심 행사를 활성화시키면서, 주민들에게 “당신 마을에서 관광객이 누구인지 알아내라”고 촉구했다. TTC 확성장치[대중방송시스템](public address system)은 유명한 토론토 시민의 메시지를 내보내면서, 80만 명의 여행객이 “토론토에서 와인을 마시고 식사를 하며 여흥을 즐기고 쇼핑을” 하도록 고무했다. 고향 관광객(hometown tourist)이 되기 위한 제안은 친숙한 기분으로 극장에 가기, 새로운 레스토랑을 시도해 보기, 그리고 믿지 못하겠지만 호텔에 투숙하기를 포함했다. 이러한 22가지 메시지는 69개의 지하철역에서 15분마다 방송되었다.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것에 대한 자본의 치료책은 우리는 쇼핑하러 간다는 제안이었다. 물론, 이것은 9.11 사태가 일어난 다음 미국인들에게 쇼핑하러 가라던 조지 부시(George W. Bush)의 청원을 기억나게 했다.


사스는 정부가 모든 수준에서 정부 정책, 투자자와 투기꾼의 변덕, 그리고 온타리오의 경제적 문제들 사이의 관계를 모호하게 만드는데 뜻밖의 핑계거리를 제공했을 뿐이다. 사실상, 제조업과 소매업은 전지구적 경제의 변화와 정부의 실패 때문에 고통 받는 토론토 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측면이다. 


요즈음 경제적 근심의 이면에 있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은, 즉 캐나다 달러 가치 상승과 증가하는 전기료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캐나다 달러의 가치 상승은 사스가 관광 산업에 미친 영향보다 더 큰 역할을 했고, 또한 캐나다 수출의 85%를 차지하는 미국의 요구에 영향을 끼쳤다. 캐나다 달러는 1월에 62.1센트(US)로 사상 최저에서 5월에는 74센트(US)로 [요즈음] 6년 사이에 가장 높이 치솟았다. 토리당이 펼친 공공사업에 대한 탈규제화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전기료를 두 배나 많이 냈고 퀘벡에서는 전기료가 두 배 정도 올랐다.


몇 가지 수술이 필요하다


토리당이 내세운 공공 서비스 정책이 사스 발생을 계기로 실패하자, 이에 대한 분노는 2003년 말에 있은 주 선거에 영향을 주었다. 온타리오 자유당이 온타리오 역사가 열린 뒤 처음으로 가장 큰 다수파 가운데 하나가 되자, 토리당은 넋을 잃었다. 재미있게도 이브스 수상(지금은 전(前) 수상)은 이번 선거가 토리당이 취한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심판이 될 것을 걱정해서, 2차 사스가 발생했던 그 주에 잡혀 있던 선거 연설을 포함한 두 번의 사전 선거 연설을 취소했다. 토리당이 사스 위기에 서투르게 대응한 것은 주민들의 분노를 낳았다. 그러한 분노는 아직도 가라안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커졌다. [주민들의 분노는] 10월 선거 때 토론토 주변 지역의 교외 소비자들 사이의 자신들의 지지 기반으로까지 확대되었으며, 토론토 교외의 몇몇 핵심 토리당 선거구를 잃는 데 이바지한 것 같다. 특히 토리당의 핵심 인물인 보건부장관 클레멘트(Clement)가 희생자에 속했다. 


새로 뽑힌 자유당 주정부가 온타리오 보건의료 체계에 쏟을 기금과 재원을 복구시키겠다는 자신의 선거 공약을 지킬 것인지 아닌지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자유당 주정부가 한 첫 활동을 보면, 그러한 선거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말할 것도 없이 새로 들어선 자유당 주정부가 한 첫 활동은 지난 10년에 걸쳐 캐나다 의료 보호를 무너트린 자유당 연방정부의 행동에 비추어 보면 별로 놀랍지 않다. 실제 자유당 주정부는 들어서자마자 공-사 연계 병원 사업(private-public hospital venture)을 그만두겠다던 자신들의 약속을 파기했다. 


숨겨진 계급 질병, 사스를 넘어서 


갖가지 미디어와 정부 모두는 사스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둘 모두가 사스에 지나치게 관심을 둔 것은 얄궂게도 캐나다 보건의료에서 계급과 관계있는 다른 여러 가지 쟁점을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요즈음 토론토에서 발생한 결핵, 노웍 바이러스(Norwalk virus), 그리고 A형 간염과 같은 다른 전염병은 주로 가난한 사람들과 노숙자들이 걸렸고 그러한 주민들 사이에서 퍼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관심을 덜 받았다. 그래서 사스가 준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사스는 교외 거주자, 소비자, 관광객에 영향을 끼쳤다. 거리의 간호사인 캐시 크로위(Cathy Crowe)와 캐시 하딜(Kathy Hardill)(2003)은 일찍이 1994년에 의료 보조원들이 2001년 토론토 쉼터에서 발생한 결핵을 예견했었다고 언급한다. 그렇지만 토론토시와 주정부는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차고 시설이 너무 열악한 쉼터의 조건, 저렴한 주택(affordable housing)과 상담보호센터들(drop-in centres)과 같은 공동체 기반 프로그램의 부족, 또는 영양 결핍이나 질병을 쉽게 퍼트릴 수 있는 다른 조건들을 개선하려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노숙자 3명이 2001년 캐나다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에서 폐병으로 죽었고(Crowe & Hardill, 2003), 쉼터 거주자들 가운데 거의 40% 넘는 사람들이 결핵에 노출되었다(Crowe & Hardill, 2003).


이와 같이 결핵을 퍼트리는 데 이바지한 조건은 실제로 사스를 확산시키는 기본 조건과 똑 같다. 즉 자본주의 경제가 지닌 불안전성 때문에, 사람들은 잠을 자지 않거나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임금 노동에 쓸 수밖에 없었다. 많은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노숙자와 별로 다르지 않은 한 달 임금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이따금 임대료를 내야할 지 아니면 아이들을 양육할 것인지, 둘 가운데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친다. 


많은 사람들은 여러 이윤 추구 기업들이 소유하고 통제한 생필품을 쉽게 사서 쓸 수 있거나 통제할 수 없고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건강을 먼저 돌볼 수 없었다.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려고 사람들은 일하지만, 일은 하면 할수록 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살아갈 수 있는 힘까지도 해치는 것이다. 그마저 엉망진창이 된 몸이라도 일을 해야만 ‘포도청인 목구멍’으로 죽이라도 넣을 수 있었다. 


크로위와 하딜(2003)은 “음식, 소득, 안전, 그리고 주거는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준다. 간단히 말해 주거는 사람들이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보호 장치이다.”라고 말했다. ‘소득을 보장하는 것’(guaranteed income)도 가장 적은 건강에 대한 안전장치이다. 분명 공동체의 건강을 위한 광역 사업(broad-based programme)은 공공 보건국의 기금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은 값싼 주택, 노숙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 상태를 개선하는 것, 영양 사업, 생활임금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 복지비용을 늘리는 것 또는 좀 더 좋은 것으로는 ‘소득을 보장하는 것’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Boyle, T. & C. Mallan (2003) “Quarantined nurses laid off by hospitals,” Toronto Star, June 12, pp. AI & A6.

Crowe, Cathy and Kathy Hardill (2003), “What would Nightingale say?,” Toronto Star, April 24.

Diebel, Linda (2003), “IO questions for a SARS inquiry,” Toronto Star, June 8, pp. AI & A8.

McGran, Kevin (2003), “Toronto's economic worries flood back,” Toronto Star, May 27, p. A6.

Nikiforuk, Andrew (2003) “Why hospitals can be bad for your health,” Toronto Star, May 6, p. A23.

Toronto Star (2003a), “Lessons' from SARS(3) : Time to reinvest in public health,” June 28, p. F6. 

Toronto Star (2003b) “Ill-planned cuts hurt SARS fight,” Toronto Star May 9, p. A9 


옮긴이 : 다혁(多奕)